어부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그의 흘러간 삶, 그리고 이제 막 다가오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아침 그리고 저녁>에도 어김없이 피오르의 바람과 파도, 늙은 어부의 기침소리 같은 것들이 있다. 어눌한 구어체와 비문,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사슬, 동일어의 반복, 대화와 대화 사이의 침묵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문장과 하나가 되어 그것들이 지어내는 피오르의 리듬을 타게 된다.
-박경희 옮긴이의 말 중에서-
조금만 더 참아요, 늙은 안나가 말한다
사내아이라면, 요한네스라고 부를 겁니다, 올라이가 말한다
어디 보자고요, 산파 안나가 말한다
네 요한네스요, 올라이가 말한다
제 아버지처럼요, 그가 말한다
그래요 좋은 이름이네요, 늙은 안나가 말한다
그리고 다시 비명이 들려온다, 이번에는 더 크게
참아요 올라이, 늙은 안나가 말한다
조금만 더요, 그녀가 말한다
내 말, 듣고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