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떠나도 자연은 그 자리에 있잖아
끝없는 리듬 속에서 두려움이 사그라드는 만큼 나와 아기는 점점 성장했다. 5월 말이 되자 내 배는 수박처럼 둥글둥글해지고 딴딴해졌다. 몸 구석구석에 살이 붙어 풍만해졌다. 낯설어진 내 몸속에서 아기는 기지개를 켜고, 발길질을 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집어 댔다.
낮게 깔린 구림이 골짜기를 감싸 안은 어느 날 밤, 배 속의 아기와 함께 이불이라는 둥지 안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누운 채 지금 숲속에서 나처럼 온기를 찾아 잔뜩 웅크리고 있을 다른 동물들을 생각했다. 숲속의 다른 어미들도 나처럼 새끼의 발차기를 느낄까? 그 어미들은 새끼들을 어떻게 먹이고 키우고 보호할까? 몸집이 가장 큰 곰부터 아주 작은 곤충까지, 또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까지, 탄생하고 견디고 시드는 만물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숲속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윌이 줄곧 내게 알려주고 싶어 했던 진리는 바로 이것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