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마츠 키요시의 '너를 떠나보낸 후'
이번 주는 책을 읽을 힘이 없었다.
흐릿한 안개가 뿌옇게 머릿속을 휘감는 중이다. 평소 정말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뭐라 뭐라 떠든다. '아 네가 여기서 왜 나와?' 하고 인지하는 순간 꿈이었다.
그래도 연재는 독자와의 약속이니까 모니터 앞에 앉았다.
서재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다 무의식처럼 시게마츠 키요시의 '너를 떠나보낸 후'를 꺼내 읽었다. 10여 년 전쯤 읽고 많이 울었던 아련한 기억만 흐릿할 뿐 책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바다 색깔 표지와 달리 책은 누렇게 변해 있었다. 특유의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며 한 두 장 읽어 내려가자 잊혔던 기억 창고의 조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별의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조금 덜 아프도록....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서 평안하기를....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명절을 보낼 것 같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 든 자리가 난 자리가 되고, 상실이 눈앞에 느껴지는 시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옳고 그름, 거짓과 전실 사이에서 전투하듯 보냈던 고군분투의 시간들.
부질없다.
생과 사 앞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만의 옮음을 위해서, 빛날지 바랠지도 모르는 그 가치를 위해서 물고 뜯는다.
엘지라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처럼
난 그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