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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가영 Sep 15. 2024

기도  

시게마츠 키요시의 '너를 떠나보낸 후'

이번 주는 책을 읽을 힘이 없었다. 

흐릿한 안개가 뿌옇게 머릿속을 휘감는 중이다. 평소 정말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뭐라 뭐라 떠든다. '아 네가 여기서 왜 나와?' 하고 인지하는 순간 꿈이었다.

그래도 연재는 독자와의 약속이니까 모니터 앞에 앉았다.

서재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다 무의식처럼 시게마츠 키요시의 '너를 떠나보낸 후'를 꺼내 읽었다. 10여 년 전쯤 읽고 많이 울었던 아련한 기억만 흐릿할 뿐 책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바다 색깔 표지와 달리 책은 누렇게 변해 있었다. 특유의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며 한 두 장 읽어 내려가자 잊혔던 기억 창고의 조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별의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다.

조금 덜 아프도록....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서 평안하기를....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명절을 보낼 것 같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 든 자리가 난 자리가 되고, 상실이 눈앞에 느껴지는 시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옳고 그름, 거짓과 전실 사이에서 전투하듯 보냈던 고군분투의 시간들.

부질없다.

생과 사 앞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만의 옮음을 위해서, 빛날지 바랠지도 모르는 그 가치를 위해서 물고 뜯는다.

엘지라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처럼 

난 그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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