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훈의 <풍경의 안쪽>을 읽고
흰색을 두른 집들은 또 지중해의 바스락거리는 빛의 알갱이를 고스란히 튕겨내며 산토리니의 풍경에 더한 신비한 켜를 보탠다. 새하얀 집들은 멀리서 보면 색의 통일감 때문에 서로를 빼다 박은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동일한 모양새는 찾아내기 어렵다. 집들은 자유분방한 곡선 안에서 얌전하고, 간결한 담장 위에서 풀어져 있다. 집과 집, 건물과 건물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는 것은 골목길이다. 어떤 길은 반듯하고 어떤 길은 구붓하다. 산토리니 전체에 퍼져 있는 좁은 길들에 두 다리를 맡기면 고급 호텔, 그림 같은 카페, 아담한 상점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길들은 또 교회를 자주 불러들이는데, '정원'이 2~3명에 불과한 장난감 같은 건물도 있다.
노중훈 <풍경의 안쪽> p308 상상출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강 건너편을 바라보니 '1,000개의 창을 가진 도시'라는 별칭이 실감 났다....... 전망 좋은 테라스, 달달한 커피, 티끌 하나 없는 하늘, 폭포수처럼 내리붓는 봄볕, 인위와 자연이 결합한 탁월한 풍광, 권태의 쾌감.... 이제 그만 자리를 떠야 하는데 모든 것이 완벽한 오후의 정경으로부터 도무지 발을 뺄 수가 없었다. 결국 다음 일정을 을취소하고 좀 더 눌러앉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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