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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가영 Mar 03. 2024

<언제나 책봄> '도둑맞은 집중력'

sns를 줄이자 내게 찾아온 변화들


인터넷 서점보다 대형 서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장소성이 주는 특별한 느낌과 그날 고른 책의 면면을 살피면 요즘의 내 마음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점은 꼭 딸의 요청으로 함께 가는 경우가 많은데 말랑말랑하고 통통한 딸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가는 행위 자체가 내겐 큰 기쁨이고, 진열대 위에 놓인 수많은 책 중 내가 고른 책을 보면 요즘 갖고 있는 생각과 살면서 느낀 결핍 그 무언가를 책 속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숨죽여 책 진열대 위를 스캔한다. 경건한 마음까지 드는 걸 보면 책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언제가부턴가 내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고른 책들은 바로 읽는 경우도 읽지만 집에 묵혔다가 마음이 동하면 읽을 때도 있다.


주황색 표지에 고딕체로 적힌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이란 부제를 본 순간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저자는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3만 마일을 이동해 전 세계 과학자들을 만났고, 250명 이상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그리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북동부에 있는 프로빈스타운에 들어가 일정기간 동안 휴대폰과 인터넷, sns 등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을 멈추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에 옮겼다.

나만해도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기라도 한 날이면 어찌할 바 모르는 불안과 업무차질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 멘붕이 올 지경인데 휴대폰, 디지털기기 없이 온전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점점 진이 빠지게 됩니다." 수네가 말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관계에서의 깊이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해요... 깊이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요하 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中에서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점점 진이 빠지고 있다. 너무 빠른 정보와 넘쳐나는 정보에 의해, 잠들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지난 과거와 현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15년 넘게 페이스북을 하면서 4천300여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난, 한 때 sns 중독자라 할 만큼 페이스북을 자칭 '파랑 일기'라 칭하며 나의 일상과 떼려야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한 건 기자 시절 내 기사를 알릴 수 있는 창구로 사용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었다. 워킹맘으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른 남자 기자들보다 취재원들과 대면 기회가 적었다. 그런 내게 sns는 지역의 각종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용한 통로였고, 특히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나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그들이 올린 스토리와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을 기억해 냈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지역소식을 보면서 보다 쉽게 사이버 인맥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 좀 욕심이 생겼다. 내가 올린 글의 좋아요와 하트 수가 많아지자 기사를 넘어 자잘한 일상까지 sns에 올렸고, 그렇게 십 년 넘게 꾸준히 이어온 기록은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그러다 기자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임용을 앞둔 순간이 되자 이대론 안될 것 같았다.

15년 넘게 올렸던 게시물 하나하나를 추억하며 비공개로 돌렸다. sns 중단을 선언한 마지막 날에는 꼭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는 것 같은 울적함까지 밀려왔으니... 파랑일기가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부분들을 차지했던 것인가?


책의 2장 '몰입의 손상'을 읽을 즈음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가는 곳마다 자신을 방송할 뿐 다른 정보는 수신하지 않는 사람들로 둘러싸이는 느낌이었다.
주의가 부패하면 나르시시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아에만 집중된 상태가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내가 이 말을 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그 주에 인터넷의 무엇이 가장 그리웠는지를 설명하려니 무척 민망하다.


한 개의 게시물을 올려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조회수와 좋아요를 확인하고 있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신호대기 중에도, 골치 아픈 기사 마감 후에도 좋아요 수가 늘면 남몰래 흡족해했던 내 모습.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걸까?

이 인정 욕구분주한 나날을 만들어 냈고, 심지어 휴가지인 베트남 냐짱의 해변에서도 sns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나의 뇌는 쉴 틈이 없었다.


그렇다.


오롯이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 채 뭐 하나라도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일상이 이어져왔던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점만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바지런하고 꼼꼼한 기록 덕분에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보였고, 실제로 틈나는 대로 기록한 습관은 기자란 직업을 이어가는데 꽤나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것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바로 작가가 말하는 집 중 !


카톡으로, 텔레그램으로, 문자로 전화로, 이메일로... 보도자료와 각종 정보와 제보가 오갔던 나의 스마트폰.

나의 지난 20년은 스마트폰에 족쇄가 채워져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계속되는 알람이 지긋지긋했던 어떤 날은 휴대폰을 부서 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으니까.

전화보다는 메시지로 제보를 하는 취재원들과의 대화로 내 양손 엄지손가락에는 종종 파스가 붙어있곤 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후에는 브런치 연재 외에는 sns에 게시글을 작성하지 않았지만

잠시 틈이라도 나면 유랑민처럼 친구들의 피드를 하릴없이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중대한 결심을 했다. sns 대신 책을 읽기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로 했다.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삶을 되돌아보는 독서노트 <언제나 책봄> 연재 7주째.


100%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는 아니지만 조금씩 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에서

요한 하리의 글은 내가 평소 고민했던 부분을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통해 해소시켜 줬고,

이 시대에 집중력 위기가 닥쳤음을 강조한다.


집중력 저하가 비단 개인의 문제나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 직면에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책.

오프라 윈프리가 '세상이 지금 필요로 하는 책'이라고 단언한 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쏟아지는 각종 정보에 휩쓸려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바다에서 하릴없이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험난한 요지경 세상에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보다 지혜롭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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