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해서 더욱 슬픈 능소화
제목이 좋아 책을 펴보니 지은이가 조선일보 선임기자다. 조선일보라고 해서 책을 안 사려고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글을 너무 잘 쓴다. -온라인 댓글 중에서-
여고 동창인 닥터 박은 경숙의 남편 하석태가 기르는 석류나무가 작다고 비웃으며 자기 집에는 그보다 훨씬 무성한 석류나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닥터 박의 집 석류나무는 그녀의 이야기와 사뭇 달랐다. 경숙은 "석류나무 거목에 걸었던 동화적 기대가 까닭 없이 무너지는 서운한 기분을 맛"본다. 경숙은 돈과 직업은 있지만 불안정하고 고독하게 사는 친구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박완서의 <서 있는 여자> 中에서
화려한 팜므파탈 <아주 오래된 농담> 능소화
그 무렵 그(영빈)는 곧잘 능소화를 타고 이 층집 베란다로 기어오르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창문은 검고 깊은 심연이었다. 꿈속에서도 그는 심연에 다다르지 못했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어 그의 몸 도처에 사정없이 끈끈한 도장을 찍으면 그는 그만 전신이 뿌리째 흔들리는 야릇한 쾌감으로 줄기를 놓치고 밑으로 추락하면서 깨어났다.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중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 편
박완서의 능소화에 대한 묘사는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능소화는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기도 하고, 장작더미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소설에서 능소화는 여주인공 현금처럼 '팜므파탈'이미지를 지닌 화려한 꽃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