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나이 든 이들을 지나친다. 그런데 나름 나이 좀 먹었다는 내 눈에도 그분들이 멋있어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나도 조금 있으면 저런 모습이 될까?"
그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이 될까 봐 두렵다. 그래서 지금 내 최고 목표는 피할 수 없는 나이가 만드는 변태와 변동을 새로운 '멋'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나는 '멋이 있게 나이 먹기' 프로젝트를 출발시켰다. 그 프로젝트에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나이를 멋으로 바꾸려면 이 숙제들을 열심히 풀어야 한다.
'반추'를 반복해야 한다. 지나간 일들을 되풀이하여 기억해 내고 다시 음미해 보는 것이다. 반추의 반복을 통해 나를 바깥으로 내보이려는 욕심 있는 마음을 조금씩 줄여간다. 그렇게 겸손에 한 발짝씩 가까이 다가간다.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남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듣는 훈련을 반복한다.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진다는 경청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쓴다. 귀가 크고 밝은 사람에 가까이 다가간다.
'겉멋'까지 챙겨야 한다. 사람이 매력이 있으려면 모름지기 멋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나이가 든 사람의 멋은 '속멋' 만으로는 부족하다. '겉멋'까지 함께 갖추어야 한다. 속을 가득 채운 멋이 겉에 까지 배어 나오는 안팎의 멋쟁이가 되려 한다. 멋에 관한 한 욕심쟁이가 되려 한다.
'폼과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청년의 폼으로 걷고 청년의 속도로 말하려 한다. 굽어지는 폼을 똑바로 세우고 느려지려는 말이 제 속도를 잃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곧은 허리와 제 속도의 말로 나를 표현해야 한다.
'작게'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육체 능력은 물론 경제 능력도 줄어든다. 그런데 베풀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더 커진다. 그 베풂의 기쁨을 놓치기 싫다면 한 번에 주는 크기를 줄이면 된다. 커피 한잔, 식사 한 끼 사는 것이야 줄어든 능력에도 어렵지 않다. 마음을 잘게 쪼개어 자주 주려 한다.
'칭찬'을 잘해야 한다. 진심의 향기가 배어나는 칭찬을 자주 한다. 지나치다는 말을 들어도 좋다. 칭찬과 친해지다 보면 나이가 얹어 놓은 쾨쾨한 냄새를 날려버릴 수 있다. 진한 긍정의 향수를 내 몸에 뿌린다.
'내일'을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나 내일을 내 이야기 속 주제로 자주 등장시키려 한다. 그렇게 해서 내 마음과 생각을 젊게 하려 한다. 어제를 얘기할 바엔 차라리 입을 닫으려 한다.
'옥타브'를 낮추어야 한다. 식당에 가면 큰 목소리들을 자주 만난다. 그래서 나는 내 목소리와 동반자들의 목소리 옥타브를 낮추려고 노력한다. 술이라도 한 잔 더해질 때면 더욱 신경을 쓴다.
'따뜻함'이 내 몸에 배이게 해야 한다. 마음의 온도를 올리고 그 온기를 주변에 옮기는 데 힘을 쓰려한다. 나이가 쌓여 갈수록 따뜻한 사람에 가까이 가려한다.
'도마' 위에 서는 걸 즐겨야 한다. 여럿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내가 입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꺼려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썰고 다지든 맛만 더할 수 있다면 그냥 웃으며 넘기려 한다. 그렇게 나도 그들과 함께 웃으며 이야기 속으로 스며들려 한다.
'After You'를 먼저 해야 한다. 먼저 가서 문을 열어주고 뒷사람에게 길을 양보한다. 앞장서서 '당신 먼저'를 행해야 한다. 나이 든 이는 잠시 방심하면 금방 배려받는 대상이 되고 만다. 나이가 들면 배려를 받는 만큼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수가 있다. 배려받지 말고 베풀어야 한다.
생각한 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것들이 내 몸에 온전히 배고 나면, 진짜 멋이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나의 '멋있게 나이 먹기'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