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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착각

훈제 오리야 미안해

by 넌들낸들
아이가 병원에 입원 했을 당시 나온 반찬

마트에서 훈제오리가 보여 구매했다.

동생에게 맛난 저녁상을 차려줘야지 하며 신나서 말이다.

난 오리 불고기는 잘 먹는 편인데

오리 특유의 냄새 때문에

오리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동생은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편이다.

동생과 난 10살 차이가 나다 보니

습관처럼 동생을 챙기게 되었다.

마트에서 장 보다가도 이건 울 동생 거 하며 사는데

오늘은 훈제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난 안 좋아하지만 동생을 위해

누린내 참아가며 밥상 위에 올린다는 이 언니의 애정이 담긴 선택이었다.


근사하진 않지만

알찬 저녁상이 차려졌다.


"네가 좋아하는 훈제오리 구웠어. 얼른 먹자."


"잉? 나 훈제 오리 안 좋아하는데? 언니가 좋아해서 사는지 알았는데?"


동생은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게 뭔 소리고? 이때까지 네가 좋아하는 줄 알고

마트에서 눈에 들어오면 사 왔는데... 난 이거 좋아하지도 않는데... "


"나도 안 좋아하는데 누린내 나서 먹기 싫던데. 언니가 좋아하며 구우니까 그냥 먹었는데."


"니 어릴 때 엄마가 구워주면 맛있다고 잘 먹길래 네가 좋아하는 줄 알았지. 난 오리 불고기 아니면 오리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 그동안 너 때문에 샀는데"


"나도 오리 불고기만 좋아하는데..."


"언니의 애정이다. 마지막으로 다 먹어라."


우린 밥상 앞에서 서로 얼굴 보며 웃음이 터졌다.


서로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

서로 상대방이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오늘이 마지막이다 하며

훈제 오리를 먹어 치웠다.

더 이상 마트에서 사지 않아도 된다.





*저장 글에 있던 글 이제야 올린답니다.




동생과의 추억담 시리즈


https://brunch.co.kr/@2ca9bf8251234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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