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 걸기

내면소통을 읽고

by 향글

불쑥불쑥 찾아오는 불안감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도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있어도 가끔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이 불안감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 나의 어린 유학시절에도 그랬었다. 영어가 안 들려서 창피했고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아 전전긍긍했으며 공부를 하고 있어도 불안했다. 지금에야 여유를 찾고 알게 된 것이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 열심히 했으면 됐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앞일을 당겨서 걱정하는 습관 때문인지 어떤 새로운 일이 생기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타입이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가끔 밤잠도 설치는데 그날도 새벽 3시쯤 깨어 유튜브 명상 영상을 검색하고 있었다. 명상을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만나게 되는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 새벽에 바로 온라인 구매를 했다. 이튿날인가 책이 도착했다. 대학 전공서를 방불케 하는 두꺼운 책을 보고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다. 나는 그저 편하게 읽으면서 좋은 문장에 밑줄이나 그으면서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고 싶었는데... 책을 열어 내용을 슬쩍 보니 난이도도 있어서 자리를 잡고 작정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어려운 구간도 있긴 하지만 다행히 문장이 읽기 쉽게 쓰였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도 잘 되어 있어서 명상이 그냥 뜬구름 잡는 것처럼 막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생각의 홍수 속에 허우적 대는 나에게 필요한 대목을 발견했다.



나의 생각이나 감정은 나의 심장이나 내장의 움직임과도 같다. 내가 의도한 것도 계획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내 심장박동은 나에게 일어나는 하나의 지속적인 사건이지 내가 계획하거나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내 심장 박동은 내 뜻에 따라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 내 몸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나의 일’이 아니다. 나의 생각이나 감정 역시 그러하다. 내면 소통 훈련의 핵심은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하나의 사건으로 알아차리고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그런 능력을 지닌 것이 앞에서 살펴본 배경자아다. (내면소통 p.362)



그래, 나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일들이다.

바다의 파도처럼 항상 다른 모습으로 일렁이며 다가와 부서지며 사라지는 것들이다.

현실이 아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긍정적 내면 소통이 중요한 이유’에서 무릎을 탁 치는 구간을 발견했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내면소통에는 대개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한 내 생각이 반영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대한 일반화가 곧 에고(ego)로서의 자아다. 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이라고 내가 상상하는 것들의 총합이 곧 나 자신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알게 되고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어진 습관적인 내면소통이 곧 ‘나’라는 개념을 결정한다. (내면소통 p.365)


습관적인 내면소통… 그래, 나는 너무 습관적으로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자신 없어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 초조, 의심을 바탕에 깔아 두고 그 위에 자신감이라는 집을 지으려고 하니 잘 안되었던 것이다. 자기 확신이 없으니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흔들리는 것조차 눈에 띄지 않도록 나는 온 힘을 다해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는 항상 의심하고 숨은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며 (숨은 의도가 있다고 항상 생각하며) 그래서 행간을 읽으려고 한다. 타인을 평가하고 판단하고 정의 내리고… 그렇다면 나는 나 자신을 내 능력을 의심하는가? 나를 평가하고 분석하여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정의 내리고 판단하는가? 나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나 자신을 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나를 인정해 주고 믿어줘야 하는 것이다. 아주 큰 오산이었다.


습관적으로 하는 부정적인 스토리텔링은 이제 그만하자. 과거에 내가 어떻게 생각했건 나 자신을 비하하는 생각을 멈추자. 나는 대단하고 열정과 재능이 있으며 행복하게 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리고 일이 내 인생의 전부, 나의 전부가 아닌 나에게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조향과 같은 창의적인 내가 있다. 언제든지 나의 창의성을 세상 밖에 꺼내어 놀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제든지 나의 의지로 부정적인 생각을 그만둘 수 있으며 불행이라는 감옥을 부수고 나올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명상은 알아차림이라고 했을 때 약간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허탈했다. 명상이 나를 드라마틱하게 구제해 줄 것이고 깨우침을 주기 바랐으니까. 알아차려서 그다음은 뭐?라는 질문을 하며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갔는데 여기에서 답을 찾은 것 같다. 명상의 목적은 전도몽상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전도명상(顚倒夢想): 불교 용어로, 사물이나 현실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즉 왜곡되게 인식하는 헛된 생각이나 망상을 뜻함. '전도(顚倒)'는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의미이고, '몽상(夢想)'은 꿈같은 헛된 생각을 말함. 즉, 전도명상은 실제와 다르게 잘못된 집착이나 가치관에 사로잡혀 현실을 착각하는 상태. 예를 들어, 돈, 옷, 집 등 본래의 목적을 잊고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것.


Pixabay로부터 입수된 Dimitris Vetsikas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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