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노오란 숨결 하나,
초록 바람을 가르며 인사를 건넨다.
“잘 잤니, 어제의 별빛 아래서?”
수줍은 듯 피어난 그 얼굴,
내가 다가가면 웃음을 먼저 준다.
말 한마디 없어도 마음을 데려가는
꽃은, 거기 있는 그대로
말이 되어
지나가는 계절 위에
한 철의 약속을 피워내고
외롭지 않은 친구가 되어
손을 모아 기다리는 너.
언젠가 지더라도 괜찮아.
봄이 다시 오면,
또 피어날 테니.
<글쓴이의 말>
어느 날, 한 송이 꽃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하는 존재, 그 노오란 웃음 속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고 계절을 배웁니다. 꽃이 꽃에게 건넨 인사를, 이 시를 읽는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