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찢어졌네요. 염증도 생겼고요.”
다쳐서 병원에 간 건, 초등학생 때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발목을 접질려 엄마 등에 업혀 간 이후 처음이었다. 일평생 병원에 간 일이 손에 꼽혀 어느 과로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 사실 얼마나 아파야 병원에 가는 건지 가늠을 못해 갈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왼 허벅지 안쪽이 거슬리기 시작한 지는 3개월쯤 됐다. 어느 날부턴가 요가할 때 허벅지를 깊게 찢으면 근육이 바짝 긴장하고 날 선 게 느껴졌다. 이건 도전해보라는 뜻인가 싶어, 그럴 때마다 집중해 더 깊은 스트레칭을 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아 천천히 가자는 근육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무리하게 몰아붙인 거다. 성실하게, 꾸준히.
급기야 지난주에 ‘두둑!’하는 근육의 처절한 항의에 그만 허벅지를 움켜쥐고 말았다. 그 후로 다리를 약간만 벌려도 경미한 통증이 이어졌다.
병원에 다녀와 부상이라는 게 명백해지자 마음이 이전보다 부산해졌다. 그날은 플로우가 이어지는 내내 신경이 왼 허벅지 안쪽으로 쏠려 번번이 중심을 잃고 휘청이기를 반복했다. 비교적 하체 힘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아사나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어떤 자세를 취하건 힘은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는 거였다. 그간 내 몸의 모든 부위가 서로 얼마나 돕고 있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또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주사 한 방 맞고 일주일만 약을 챙겨 먹으면 괜찮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었다. 운동을 완전히 쉬지 않아도 될뿐더러, 일주일 후엔 조금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오히려 좋다는 말씀에 안도했다.
이참에 며칠만 쉬어야겠다. 쉬는 동안 쫀쫀해질 근육에게, 다음 주엔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