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가/황수선화
붉은 벽돌이 서로의 결을 따라
조용히 쌓여 있는 집이 보입니다.
그 집은 당신을 닮아, 고요히 빛을 품고 있습니다.
가느다란 빛이 스며 나오는 창틈 앞,
나는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추위에 얼어붙은 손을
나의 숨결로 조심스레 녹여봅니다.
머릿속의 밤은 점점 더 검고 깊어집니다.
나의 그림자마저 가라앉고,
당신의 모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아마,
내가 정말 많이 사랑했었나 봅니다.
지나간 장면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이제야 추억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아,
그 순간들은
내가 붙잡고 싶었던 빛이었습니다.
우리는,
엇갈리지 않은 하나였습니다.
당신의 빛은 나의 길을 밝혔고,
나는 그 길을 따라 묵묵히 걸었습니다.
당신은 찬란했지만.
나는 끝내 빛나지 못했기에.
사무친 별이었던 당신과
고독한 하늘이었던 내가 만나,
당신은 더 찬란해졌고
나는 당신 곁에서
내 삶의 온기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은 거룩한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품은 빛은 언젠가 사그라들기에
우리의 눈부심은
품 안에 오래 머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당신의 빛이
내 흐릿한 새벽빛에 묻혀
점차 사라져 가는 걸 가만히 바라보는 일은,
차라리 죽음보다도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더욱 빛날 수 있는 존재였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빌어봅니다.
바다 같은 이를 만나,
낮에는 해로,
밤에는 달로,
언제나 당신의 빛을
조용히 품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이것은,
당신이 남기고 간 빛에 대한
나의 조용한 마지막 답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