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해외 다녀오셨던데 어느 나라를 다녀오셨나요? 누군가가 여행을 다녀오면 어디를 갔다 왔는지를 물어본다. 그러면 자랑삼아 어디 어디를 다녀왔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무엇을 봤는지, 왜 거기에 가려고 했는지, 어떤 것을 느끼고 왔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을 몇 권 읽었어요.'라고 자랑삼아 말한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느꼈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으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유려한 문장을 습득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독서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지적인 역량을 습득하는데 목적을 두는 게 아니라 타인과 소통할 수 있고, 다양한 시선을 수용할 수 있고, 부당한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교육하고, 우수사례를 홍보하고, 선진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흔히 현상만 보고 너머에 있는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필자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사이에 내가 했던 행동에 대해 되돌아봤다. 석사학위 논문을 썼고, 대학원을 졸업했고, 학술 저널에 논문등재, 브런치 지원 POD 방식 책을 출간하기도 했고, 세바시 대학 스피치(당신의 뇌가 평범한 당신을 천재로 만들게 하는 방법)도 1년 만에 다시 도전했다. 작은 성취감에 자아 도취되어 있었다. 한편으로 조바심에 서두르기도 하고, 타인을 의식하고, 인정받으려고 했었다. 이 역시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전을 통해 어떤 것을 발견했고, 무엇이 나아졌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 왜 그런 것들을 하는지 질문해야 했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면 전체를 볼 수 없게 된다. 우린 보통 미래의 불안을 앞당겨 산다.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대부분 달성하지 못한다. 달성할 수 없는 상황적 요인이 크고 많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하지 못하게 되니 불안해지고 메타언어(데이터를 모아서 어느 맥락에 속하는지 자기 나름대로 개념화하는 것)를 잃어버린다. 불안할수록 더 열심히 하려 하지만 숲을 못 보기 때문에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재미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재미있는 행동이 사회와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생각해야 한다. 재미와 의미가 만나는 지점의 오늘을 살아야 한다. 2015년 1월 KBS 특집 "오늘, 내일을 만나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강연 말씀이다.
그랬다. 조급한 마음에 전체를 못 보고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고 허상을 좇아 달려가고 있었다. 김정운 교수님 말씀처럼 재미와 의미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오늘을 살아야 한다. 아침에 감사 일기를 쓰면서 '내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오늘을 살자'라고 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오늘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때문이다. 배움으로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고 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고 세상과 연결된다. 현재의 재미와 의미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충실히 오늘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생각해 본다. 매 순간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질문하고 답을 찾는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