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아픈 기억, 그냥 놔두세요
사랑은 언제부터
눈물 흘리게 했나
사랑은 언제까지
못 잊어 고통받게 했나
그 힘들었던 기억들
세월로 희석시키고
행복했던 순간 모아 모아
겨우 추억으로 빚었는데
어느 날
숨어있던 상처
소스라치게
아려오고
아파도
그립고
사랑은
가시처럼 남아
사랑이, 그게 뭐라고
아직도
사랑의 기억이 남아 있나요?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아마도 사랑보단 사건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랑은 주로 감정 덩어리여서, 잘 편집해 기억 속에 저장해도 원형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때의 감정은 동영상처럼 재생도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레 잊혀집니다.
그러나, 결실을 맺지 못한 사랑의 추억은 유난히 오래갑니다.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기억은 미움도, 아쉬움도 아닌, 운명에게 싸대기를 맞은 느낌으로 기억됩니다.
그 기억도 굳이 잊으려 애쓸 필요 없습니다. 못 이룬 아픔이 마음을 휘젓고, 자책하게 하고, 그리워하게 놔두어도 됩니다. 세월이 지나 그 기억은 희석되고, 어느 날, 나의 일상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때, 조용히 손을 놔주면 됩니다.
중년이 되어 아직도 사랑의 기억이 남아있다면, 어쩌면 행운입니다. 한 때, 뜨거웠고, 아팠던 젊은 날을 감사할 일입니다. 오래되어 윤색된 사랑의 기억도, 삶에 지친 중년에게는 소중한 청량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문득 되살아난 사랑의 기억도 감사한 게 지금의 메마른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