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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의 마지막 춤

인생의 마지막을 춤추듯 살리라

by 김정룡

낙엽이 진다


수천 년 지켜온 가을 예식인가

붉고 노란 치장 화려하다


생을 다해 미래도 희망도 없는 것이

마지막 춤을 추려한다


싸늘한 바람이 잎 떨구면

어느새 하늘을 날아, 멋진 춤선 만든다


질세라 다른 낙엽 뒤 따라 날고

멋진 군무로 압도한다




한바탕 고별 공연 끝내고 나니

떨어진 낙엽 찬 바닥에 눕는다


온몸은 젖어 흙속 깊이 스며들고

긴 겨울 추위를 견뎌낸다


따뜻한 봄, 대지의 기운이

새 생명을 불러내면


얼었던 땅 뚫고 나와

꽃으로 환생하거라


그러면 인생의 끝에 나도

새 생명을 기원할 것이다




올해는 다행히 가을단풍을 예상할 수 있는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약 2주간의 단풍철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봄가을이 점점 짧아져, 아차 하는 순간에 단풍철은 지나갑니다. 그나마 가을비라도 짓궂게 내리면, 단풍은 칙칙한 낙엽 되어 떨어집니다. 봄에는 꽃구경, 가을에 단풍 구경하며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기껏해야 아파트 주변의 조경을 감상하는 게 다입니다. 올해는 그래도 낙엽 가득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습니다.


식물이 봄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나비와 벌들을 유혹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 지나, 잎들이 생명을 다한 순간에, 왜 그렇게 찬란한 빛을 띄우는지 모릅니다. 아니, 굳이 알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식물학적인 의미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마지막을 위해 아름답고 찬란한 색을 입는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자연이 주는 은유이고 멋입니다.


노년의 삶도 단풍과 같은 고운 색을 입으면 좋겠습니다. 낙엽이 가을빛 받아 멋지게 장식되듯, 노년의 삶도 자연의 섭리를 따라, 아름다운 색으로 장식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날리는 낙엽처럼, 인생의 마지막 춤을 추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놀라운 신의 임을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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