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마지막 밤
그날은 아빠가 미친 듯이 술을 많이 마신 날이었다.
술 마신 아빠는 무서웠기에 우리는 매번 자는 척을 하였지만, 그날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빠가 셔터문을 올리고 들어오는가 싶더니, 유리문을 깨부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우리는 방 밖을 볼 수밖에 없었고, 아빠는 잔뜩 취한 상태인지 미친 듯이 가게의 물건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나는 동생에게 절대 일어나지 말라고 하고 자는 척을 했던 것 같다. 그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자는 척하는 내게로 와서 키스를 하였다. 기분 나쁜 감촉에 입을 다물고 절대로 열지 않았다.
아빠는 우리를 일어나라며 깨웠고,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하였다. 이전에 그랬듯 요강의 소변을 마시라고 하였고, 잡히는 대로 집어던져 때리고 부쉈다.
그러면서 폭언을 퍼부었고, '내일 눈 떴을 때 눈앞에 띄면 죽여버릴 거니까 꺼지라고' 한 뒤, 누워서 자는 아빠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마음 같아선 항상 아빠를 없애고 싶고, 가출하고 싶었지만 초등학생의 신분으로는 미래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깊이 잠들길 바라면서 숨죽여 눈물을 흘렸고, 너무도 긴 밤이었다.
나와 동생은 그동안 온갖 폭행, 폭언을 들었지만 이번만큼 생명의 위협을 강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전에 동생의 손바닥 위에 이쑤시개를 올려놓고 나무판자로 내리쳐 박혔을 때보다, 살충스프레이를 뿌리며 불을 붙여 머리카락을 태우며 '밖에 나가 도로에 뛰어들어 차에 치여 죽어'라는 폭언과, 살해 협박을 했을 때보다도 무서웠다. 손발이 떨렸다.
적으며 기억난 건데, 원룸 같은 방에서 문밖으로 쫓겨나면 부엌으로 가는 복도 같은 길이 있었다. 단차가 있어서 문 아래 틈 사이로 방안의 아빠 행적을 살펴보던 기억이 난다. 그 틈 사이로 아빠가 깊게 잠들길 기다리며, 동생에게 일단 집을 나가자고 하였고 몰래 짐을 싸서 나오자고 하였다.
그 시절에는 돼지저금통에 동전과 용돈을 모았었기에 그나마 가능하였다. 아빠의 코 고는 소리에, 살며시 문을 열어 동생과 나의 돼지저금통과 간단한 옷가지 등을 가방에 챙겨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새벽 3-4시쯤 된 시간. 우리끼리 집을 나서본 적 없는 시간이었다. 항상 남의 눈치를 보던 나는, 또 누군가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을 이상하게 여겨 누군가 신고하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동생을 이끌고 걸었다.
주위를 살피며 차 뒤에 숨어가며 사람들이 지나간 뒤에 나가서 걷기를 반복하다 보니, 집에서 멀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사이에 아빠가 우리를 찾으러 오는 건 아닌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겨우겨우 걸어가는데 가끔 마주치는 성인들의 눈빛이 좋지 않았고, 이 시간에 뭐 하냐며 한 소리하던 어른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걷다가 지친 우리는 친구네 집 겸 학원 근처에 세워져 있는 승합차 뒤로 몸을 숨겼다.
너무나도 피곤했지만, 긴장감이 먼저였고 동생은 자고 싶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하였다. 동생과 그곳에서 쪼그려 앉아 돌아가며 잠을 청했고, 사람이 지나가면 깨워 몸을 숨겼다. 그러다가 행인에게 발각되어 우리는 '집으로 간다며' 말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