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바람

웃음을 주기보단 받고 싶은 거죠.

by 어엿봄

누군가에게 항상 기쁨이 되고 싶었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나로 인하여 웃을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도 만족할 것 같았거든요.


죄의 상처로 얼룩진 세상을 두고 당신이 다시 아프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작은 기쁨과 위로가 되고 싶었지요.


그런데 아주 솔직해지자면요.

누군가로 인해 기쁨을 얻어 웃을 수 있고 또 편안해질 수 있는 게 제 자신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가진 특별한 예민함 만큼 세상이 나를 좀 더 세심하게 다뤄주길 기대하는 건가 봐요.


당신이 기뻐하길 바라는 나처럼 당신도 나의 기쁨을 바라고 있겠죠?


나의 작은 기쁨은요.

이름 그대로 작음에서 오는 기쁨이에요.

마음의 숨이 턱 막히는 순간에, 고통의 현장에 갇혀 있는 이들을 떠올릴 수 있던 나에게서 오는 기쁨이요.

그 비참함을 놓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위안이 슬픔을 건너 기쁨이 됩니다.

너무 보잘것없는 마음의 작음이 나를 위로하는 것이죠.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그 세상을 살고 있는 나의 세상은 또 어떤 슬픔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요?

맑은 당신의 눈에 무얼 비춰 보고 싶은 걸까요? 나라는 사람은 말이에요.

그 특별한 예민함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잠시 멈춰서 내 손길과 눈길이 가닿지 않는 어느 구석에 넘실거리는 눈물의 파도 소리를 느끼는 거죠.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나의 기쁨이

부족함으로 인하여 나를 너무 쓸쓸하게는 하지 않길 또한 바랍니다.

그 텅 빈자리에 내가 서 있을 수 있는 건 그 강한 소망 때문일 테니까요.

단단한 나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 또한 당신일 테니까요.

바람결 손에 잡히지 않아도 여릿하게 나를 쓰다듬는 당신만은 줄곧 기다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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