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못하는데 이렇게 즐겁다니
요즘의 나는, 수영에 빠져있다.
그리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나는 굉장히 수영에 재능이 없다.
그 점이 날 더 즐겁게 만든다.
수영을 처음 배운 것은 꽤나 예전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 중에 수영 강습을 단돈 5천 원에 들을 수 있는 것이 있었고 그 복지를 놓칠 수 없었다. 나는 정말이지 물을 무서워했지만,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저렴한 수영강습의 마케팅에 홀라당 넘어갔다. 아니, 5천 원이면 마케팅도 아니지~
수업 첫날 무릎 근방까지 오는 긴 수영복을 입으신 분들이 대다수인 신규 초급반에서 허벅다리까지 살이 보이는 내 수영복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부끄러움은 잠시뿐 나는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음~~파! 하시는 거예요~"
"푸르르르흐ㅡ흡파하으엌"
"하시다 보면 물이 안 들어와요~"
'액체는 자고로 빈 공간이 있으면 퍼지는 게 당연한데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생각으로 자유형을 배워나갔다.
필생즉사라 했던가, 물이 무서워 잔-뜩 힘이 들어간 몸은 유난히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곧잘 죽을뻔했고, 몇 달에 걸쳐 자유형과 배영을 겨우 배웠다.
그러고 나서 말 그대로 때려치웠다
그로부터 5년 정도가 지난 이번 1월, 헬스장에 사람이 가장 많아지는 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었고, 한 모임에서 수영얘기가 자주 나오기 시작하면서
'접영은 해보고 싶긴 한데~'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렇게 1월 1일을 기점으로 평영반(수영을 배우는 순서는 보통 자유형-배영-평영-접영이다)을 호기롭게 등록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난 평영반만 4번째다
놀라운 점은 매우 즐겁다는 것이다
아~
다리를 접었다 펴는데 앞으로 나가는 게 말이 되나요
일단 처음부터 강사님의 말이 이해가 안 갔다.
"다리를 자. 연. 스. 레 접었다가!
발목을 쭉 당기고!
다리를 차면서 모으는 거예요~!"
"회원님, 다리를 가슴까지 올리는 게 아니라~"
물속에서 자연스레 다리를 접는 건 대체 뭘까
무릎이 어정쩡하게 굽혀진 이 자세가 인간의 이족 보행 이후 언제부터 자연스러운 자세가 되었을까
그리고 왜 다들 잘 알아듣는 걸까
"맞아요! 이거예요~ 지금 완벽해요!"
"(뻐끔뻐끔)" = 엇.. 뭐가요? 뭐가! 저 아까랑 똑같은 것 같은데!
당연히 나는 빠르게 낙오되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강사님은 열등생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우리 회원님은 킥판이랑 헬퍼를 항상 챙기세요"
나는 25미터의 수영 레인의 3미터여를 할당받았다.
허리에 헬퍼를 차고 옆구리에 킥판을 낀 나는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안전장비로 무장하고 워터파크에 놀러 온 어린이 같았다.
그 꼴이 너무나 우스웠고, 나는 나 자신이 너무 웃겼다.
내 수영 실력은 정말 미미하게, 조금씩 늘었다.
평영발차기만 하면 가라앉다가
나중에는 평영 발차기로 떠있을 수 있었다.
(뒤로 가긴 했지만...)
이렇게 정말 조금씩 느는 실력이 다른 사람에게는 미미할 수 있지만,
나한테는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다.
원래 수학 성적 5점 느는 게 90점 받던 친구에겐 별거 아니지만,
0점 받던 친구에게는 말도 안 되는 성장인 것처럼.
처음 평영 발차기로 앞으로 움직였던 순간의 쾌감을 잊을 수 없다.
'야호! 봤어요? 여러분 봤어요?'
3미터에 세 들어 사는 나는 22미터의 나머지 회원들 한 분 한 분을 붙잡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타일 하나만큼이지만 제가 앞으로 갔어요!!'
의기양양하게 나에게 오는 강사님께 놀랍도록 달라진 나의 실력을 뽐냈고
강사님은 말했다.
"회원님, 팔을 쭉 펴요! 팔은 왜 그렇게 굽히고 있는 거예요ㅜ"
아~ 갈길이 멀었다.
수영은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것 중에
가장 못하는 것으로 손에 꼽힐 것이다.
나는 물속에서 정말 뚝딱거렸고, 귀가 먹먹한 이 감각도 도통 즐겨지지 않는다.
한 달로 짜인 강습을 4달째 듣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하지만 너무 못해서일까?
0.1의 성장까지 나는 음미할 수 있다.
더럽게 못하는 덕분에,
다른 사람은 있었던지도 몰랐을 돌부리도
일단 걸려 넘어지고, 바라보고 관찰하고 넘어설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뿌듯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 데에 수영이 크게 기여한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것들이 못하는 일을 수영이 해낸다.
나는 수영이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