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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May 06. 2021

나의 요가선생 존 벌트만의 요가여정 1, 테네시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요가에 이끌릴까? 침착한 사람? 열정이 넘치는 사람? 요가를 같이 하는 친구들과 이 질문을 나눈 적이 있다. 좀더 요긴한 질문은, 요가를 장시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무엇일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에 나의 요가선생 존 벌트만의 요가여정을 살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존 벌트만은 백인이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테네시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개신교의 한 분파인 루터교회의 목사였다. 남부에서 목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니, 보수적이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그렇지않다. 그의 아버지는 1970년 초에 마틴 루터 킹의 삶을 접하고, 감명을 받아 목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 영향인지, 존은 지금도 마틴 루터 킹 기념일에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다시 듣는 걸로 일과를 시작한다.


존은 개신교 목사집안에서 자랐는데 왜 요가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어렸을때부터 우연하게 어떤 씨앗같은 것이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삶에 들어왔던 것 같다고 했다. 한 예로, 7살때 그는 인도의 고전인 <바거바드 기타 (Bhagavad Gita)>를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되었다. 가족과 같이 여행을 가느라, 공항에 갔었는데, 그때 머리에 흰두건을 두른 사람들이 그 책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었다. 어린 아들이 그런 책을 읽게 내버려 둔 그의 아버지는 다른 사상이나 종교에 대해 열린 목사였다. 그 책을 통해 존은 기독교와는 전혀 다른 정신적 사상을 처음 접했다.


뭔가를 측정하고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에 끌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테네시주립대에 들어가 지질학을 전공하여,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부를 마치고 1여년이 지난 후, 테네시주의 동쪽에 인접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애쉬빌 (Asheville)이라는 소도시에 있는 전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때,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그 여자친구는 아쉬탕가 요가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요가를 자꾸 권했고, 그는 마지못해 비정기적으로 그녀를 따라 요가원에 갔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리 재미도 없었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에겐 어려서부터 즐겨 타던 스케이트보드가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요가를 권유할때마다 핑계를 대고 피하려고 했다. 가끔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려 따라가주었지만, 실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요가원를 아주 가끔 마지못해 다니기를 거의 1년 정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에게 교통사고가 났다. 애쉬빌에 인접한 아팔래치안산맥의 능선을 따라 차를 몰고 가는데, 구불한 길에 서있던 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그리 심한 충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차에 타고 있던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심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도 같이 욕설로 대응했을텐데, 그날은 야릇한 유체이탈같은 걸 느꼈다. 자신의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와 그 광경을 감정없이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한 욕설을 퍼붓는 그 여자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서 있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 경찰이 왔고, 여자는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수습이 된 후에, 다시 운전을 하며, 문득 자신이 그날 아침 요가를 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예전과 달리 그날 보인 평정심이 그날 요가를 했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깨달음이 왔다. 요가가 뭔가 특별한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동안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한동안 해보고, 별게 없으면, 그만두면 되겠지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그는 요가를 멈추지 않았다. 그때가 2006년 늦은 가을이었다.


매일 요가를 하기 시작한 후, 그전까지 해 왔던 운동들은 몸을 비대칭적 형태로 습관화시켜왔음을 깨달았다. 그가 오랫동안 즐긴 스케이트보드의 경우는, 항상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고 타기 때문에, 비대칭적이다. 요가는 그러한 운동과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 요가는 온 몸을 대칭적으로 교정해주고 강화시켜주었다. 요가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몸 어느부분이 비대칭적이었는지가 드러났고, 그 부분이 조금씩 대칭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무언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던 자신이 반응하기 전에 잠시 생각을 추스리는 변화를 보았다. 매일 요가매트에 서서 요가를 하면,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없어지고 침착해지는 걸 느꼈다.


정기적으로 요가수행을 한 후 요가에 매료되어, 존은 애쉬빌이 아닌 미국내 다른 도시에 있는 유명한 요가선생들의 워크숍모임에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2007년 여름방학에는 아쉬탕가요가의 근원지인 인도의 마이솔에 가서 2개월간 체류하였다. 그곳에서 쉬라쓰 조이스(Sharath Jois)를 만나 그에게 요가를 배웠다. 인도여행 전에 초급시리즈를 다 할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이 모든걸 다 안다고 생각하고, 쉬라쓰가 새로운 아나사를 가르쳐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쉬라쓰는 중급시리즈는 전혀 가르쳐주지않고, 2개월 동안 초급시리즈만 계속하게 했다. 새로운 아사나를 배우러 인도에 갔는데, 2개월 내내 초급시리즈만 하라고 하니, 조금 낙담했다. 물론, 정기적으로 매일 요가를 한지 겨우 8개월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초급시리즈의 모든 아사나를 흉내는 낼 수 있었겠지만, 쉬라쓰가 보기에는 그때 존은 중급시리즈를 배울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2개월이 다 지나, 미국으로 돌아올때 쯤에서야, 쉬라쓰는 중급시리즈의 첫 아사나인 파사사나 (Pasasana)를 가르쳐주었다. 이 첫 인도여행은 그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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