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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친구, 린다

노년이 된다는 것

by 요기남호

* 버지니아대학에 신축된 포럼호텔 (The Forum Hotel)


내가 평일에 가는 요가실은 경영대학원과 법학대학원 캠퍼스에 위치한 체육관에 있다. 그 체육관 맞은편에 새로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포럼호텔. 예전에 호텔체인점이 경영하는 호텔건물이 있던 자리다. 예전 건물은 1-2층의 아담하고 예쁜 건물이었는데.. 새 건물은 길가에 더 바짝 붙어 새워졌고, 최소 5층이다. 너무 거대하여 주위를 쓸데없이 압도하는 느낌이다. 아직 낯설다. 미적으로도 예전보다 못하다.


오늘 요가를 마치고, 린다와 그 호텔 1층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 린다가 좀 요란하게 옷을 입고 와서, 호텔 관계자들이 린다를 숙박객으로 오해를 한 탓인지, 아니면 개장을 이제 막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서비스 차원인지, 로비에 비치된 커피를 공짜로 마셨다. 넓직한 로비 공간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한담을 나누었다.


린다는 1950년생이다. 올해 만으로 73살이 된다 혹은 이미 되었다. (그녀의 생일이 언제인지 모른다.) 그러니까, 나보다 13살이 많은 나이다. 아주 밝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요가선생 존 벌트만에게 요가를 배운지 8여년 된 거의 초창기 멤버중에 한 사람이다. 내가 4년전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때 기존의 멤버들이 있었는데, 린다도 그중에 한 사람이다. 4년이 흐른 후 그 기존의 멤버들은 다 떠나고 린다만 남았다. 그래서 지금의 요가멤버들 중에서 가장 친한 사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요가를 마치고 같이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눈다. 커피 마실 곳이 바로 길 건너편에 생겼으니, 우리에겐 편리한 곳이다.


린다는 마라톤을 즐긴다. 아니, '즐겨왔다'가 정확한 표현이 되었다. 지난 일요일에 개최되었던 보스턴 마라톤에 참여하여 마라톤을 뛰고 왔다. 73세의 나이에 말이다. 대단한 여성이다. 키는 작고, 깡마른 체구다. 다리 허벅지만 큰 체구다. 보스턴 마라톤에는 여러번 참여했다고 한다. 그 마라톤을 위해 두달전 부터 훈련을 꾸준히 하더니, 지난 토요일에 보스턴에 가서 마라톤에 참여하고 내려왔다. 그런데, 이번 마라톤이 자신의 마지막 마라톤인 듯하다는 씁쓸한 소식을 아무렇지않게 말해왔다. 이번에 뛸때, 숨이 너무 가빠와서, 계속 뛰지 못하고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겨우 완주를 하였다고 하였다. 3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하였는데, 그중에 린다의 나이대 사람들은 60명. 그중에 린다는 31등으로 결승점을 끊었고, 그래서 내년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할 자격도 얻었다한다. 그러나, 내년에 자신이 다시 참가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린다는 오늘 요가도 처음 몇가지 아사나들만 하고 말았다. 허리가 좀 불편하다며. 노년이 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린다는 그 과정을 유쾌함을 잃지 않고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노년이 된다는 것. 자신이 예전에 해오던 일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나에겐 언제 본격적으로 올까. 언제 올지는 모르나, 오기 전에, 한두가지에서는 많은 진전을 이루어 놓아야겠다. 그후에 하나씩 내려놓아도 오래 갈 수 있게 말이다. 요가를 예로들면, 드롭백/컴백업을 아주 쉽게 할 수 있을 경지까지 오르고 싶다. 이번 수요일에 카포타사나를 하는데, 존이 와서 나의 왼손을 발꿈치까지 잡아 당겨놓았다. 그러자, 왼손이 발꿈치 전체를 꽉 움켜쥘 수가 있었다. 오른손은 오른발의 중간을 잡았다. 그 상태에서 호흡을 다섯번 하였다. 그리고, 드롭백/컴백업을 할때, 존이 와서 드롭백상태에서 나의 두손을 발쪽으로 더 가져갔다. 컴백업을 한 후, 존이 물어왔다.

존: '발이 보였어?'

나: '응? 무슨 말이야?'

존: '드롭백을 했을때, 발이 보였냐구. 카포타사나에서 발꿈치를 잡으면, 드롭백을 했을때 발 뒤꿈치가 보이거든.'

나: '아니 안보였어'

존: '넌 이제 거의 그 상태가 되어가고 있어.'


음... 한두달 꾸준히 계속하면, 그 상태가 되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린다의 나이가 되면, 아마 드롭백/컴백업은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전에 그 아사나는 이미 내려놓게되지 않을까. 앞으로 13년이 남았다. 그전에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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