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어디?

요가 선생과 친구들

by 요기남호

*표지사진은 가르바 핀다사나 (Garbha Pindasana)


한국에서 돌아온 후 오늘 처음으로 요가 대면수업에 나갔다. 거의 두달만이다. 한국에서 돌아와 2주간은 비대면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우연하게도 오늘이 요가를 시작한지 딱 2년 5개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 2년 6개월째에 들어선다.


요가수업이 열리는 체육관은 6시에 문을 연다. 5:45분경에 집을 나섰다. 새벽공기가 제법 차갑다. 낮에는 덥지만 새벽엔 벌써 가을이 고개를 슬쩍 내밀고 있다. 긴팔점퍼를 하나 걸쳤다. 자전거에 엉덩이를 실고, 페달을 밟았다. 익숙한 깜깜한 동네를 쓰윽 돌아 뒷길로 가면, 작은 쇼핑센터가 길건너 보이는 비밀통로가 있다. 동네사람들만 아는 통로. 쇼핑센터 앞을 지나는 길은 샬롯스빌에서 메인도로중에 하나다. 버지니아대학 캠퍼스와 교외에 있는 주택가를 이어주는 도로다. 출퇴근 시간에는 번잡하다. 그러나 이 시간에는 적막하다. 쇼핑센터에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쓰레기수거차만 멀리서 보일뿐이다. 길을 건너, 쇼핑센터의 주차장을 가로지른다. 쇼핑센터의 뒷편을 지나면 학생들이 주로 사는 아파트가 양 옆에 있는 작은 도로가 나온다. 이 길은 오르막길이다. 제법 길다. 대략 100미터정도 될까? 샬롯스빌은 산 기슭에 위치한 도시다. 그래서 언덕길이 많다. 갈때 오르막길이면 돌아올때는 내리막길이다. 예전엔 이 오르막길을 자전거로 올라가는게 쉽지 않았다. 숨이 차올라왔다. 그러나 지금은 가뿐하다. 요가로 다져진 허벅지의 근육이 이제 이 정도는 거뜬히 올라가게 해준다. 돌아올때, 이 길은 신나는 길이다. 페달을 밟지 않고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스쳐가는 바람을 즐긴다.


체육관에 들어가, 카운터에서 요가실의 창고열쇠를 받았다. 내가 가장 먼저 왔다. 가장 먼저 온 사람이 하는 일은, 요가실의 조명을 약간 어둡게 켜고, 창고를 연다. 그곳에 정규멤버들의 요가매트가 있다. 신발장을 창고에서 꺼내 요가실 문밖에 놓는다. 들어오기 전에 신발을 벗어 놓는 신발장이다. 그리고 히터 두개를 꺼내어 요가실 양쪽에 놓고 켠다. 온도를 조금 높이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의 요가매트를 바닥에 깐다. 요가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그때, 반가운 정규멤버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수다를 좋아하는 60대 후반의 린다가 먼저 들어왔다. 'Welcome back!' 내가 없는 요가수업은 허전했었다며, 한국방문은 어땠는지, 나의 어머니는 잘 계시는지등을 속사포처럼 물어왔다. 자신은 10월에 있을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인데 저번 주에 왼쪽 무릎을 삐끗해서 걱정이라며 재잘재잘 말을 이어간다. 역시 린다다. ㅋㅋ 로이스와 찰리가 들어왔다. 멀리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Welcome back!' 찰리가 먼저 다가와 포옹을 했다. 그리고 로이스가 다가와 포옹을 했다.


로이스가 물었다.

'한국에 가니 어땠어? 어디가 네 집인 것 같아? 한국? 아니면 여기?'


나의 대답은

'여기'

였다.


다들 요가를 시작하자, 조금 있다가, 선생 존이 들어왔다. 불을 밝게 켜고, 비대면 학생들을 위해 한쪽에 자신의 컴퓨터를 셋업한 후에, 내 앞에 와서 씩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나의 아사나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자누 시르사사나 C (Janu Sirsasana C)를 할때 엉덩이를 바닥에 대라는 조언을 시작으로. 바다 코나사나 A (Baddha Konasana A)를 할 때는, 내 뒤로 와서 손으로 내 등을 누르면서, 내 허벅지를 바닥에 꽉 닿도록 눌러주었다. 한참 후에 카포타사나를 한 후에 다음 아사나로 넘어가려는데, 존이 카포타사나에서 손이 발꿈치를 잡았냐고 묻는다. 아이고 발가락은 잡았지만, 발꿈치를 잡는 것은 아직 어렵다. 허리를 더 뒤로 꺾어야하는데.. 그러다 허리 부러지겠다. ㅋㅋ 발가락만 잡았다고 했더니, 존이 카포타사나를 두번 더 하라고 했다. 도합 3번을 하라는 소리다. 숫자 3은 매직넘버라면서. 그러면서, 이제 카포타사나를 '즐기라'고 한다. 힘들어하지말고, 즐기란다. ㅋㅋ 선생이 하라니 해야지 어쩌겠는가. 낑낑대며 두번을 더했다. 그런데, 존의 말대로 세번째에서는 손이 발 중앙까지 닿았다. 조금만 더 꺽을 수 있으면 발꿈치도 닿겠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진 몇개월이 걸리겠지만.. 혼자 요가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선생과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하는 요가가 더 흥겹다. 그들이 옆에 있으면 힘든 카포타사나도 덜 힘들다. 어찌 아는가. 곧 즐기게 될지.


요가를 마치고 체육관을 나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 내리막길에서 상체를 펴고, 시원한 아침바람을 만끽했다. 아, 내가 사는 곳에 왔구나. 그렇다. 여기다. 나의 집은. 적어도 지금은.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이겠지만, 이 요가친구들이 아닐까? 나의 일상의 중심축이 된 요가수행에 동행하는 벗들. 이들의 존재가 고국에서 멀고도 먼 이 타향을 나의 집으로 만드는 이유말이다.


물론, 십수년이 흐른 후에 난 다른 도시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난, 매일 요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요가선생과 친구들과 함께. 그곳이 어느 곳이던, 선생과 친구들이 누구이던, 요가가 있는 곳이면 내가 사는 곳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나의 노래(My Gita*)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 인도의 고전 <바가바드기타>에서 바거바드는 신, Gita는 노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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