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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모레 오십
09화
작은 계획들
낼모레 오십 시즌1
by
김미령
Jun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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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감정적인 뉘우침이 있는 상대가 있어야 용서할 수 있는
내가 존재할 수 있다.
서로의 가해자만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바란다면 용서를 해 주겠다"는 넓은 아량이나, 상대가 "내게 용서를 구하러 올 것이다"라는 기다림 따위가 아닌
상대를 잊고 지내는 것이다
.
아이들을 키우며 애썼던 나의
지난날의
수고도, 걱정했던 나의 마음들도, 언제나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기도와 간절한 마음들도 잊고 지내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거 하나.
지난 시간들이 쌓여 현재의 나를 지켜낸 것이 아니라, 미래를 기다리는 마음이 하루하루 나를 지키며 존재하게 한다
.
지금 죽어도 되지만,
얼마 전 새로 산
반짝이는
여름
샌들을 신고
날이 푸르고 맑게 화창한 날 외출 하고 싶다는 작은
마음
.
주말에 유명한 떡볶이집이나 만두가게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 거라는 작은 계획들
.
6월에 곱게 필 동글동글한 수국들을 보고 싶다는 작은 기다림
.
"삶이
의미 없다"는
말도 " 인생 별거 없다"는 말도 내가 세워둔 작은 미래들 속에선, "삶은 간혹 의미가 있고, 인생이 별것은 없지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라며
잠시
환하게 웃음 지어 본다.
그런 작은 것들이 지나가는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내게 용서를 구하는 상대가
내
앞에 와있거나 혹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너를 기다리는 마음만은 아니라고.
너와 함께한 나의 과거 속에서만 내가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매일
아침
손잡이가 큰 컵에 든 커피를
깊게
삼키며
가끔
되뇐다.
일어나자 마시는 꿈속 같은 커피 한 잔의 의미는
과거가 아닌
다가 올 1초, 1분, 5분 , 30분, 1시간을 위한
나만의
노크.
똑똑똑 향이 나는 두드림.
하얀 우유 거품이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고 금방 내린 진한 에스프레소와 섞여 고소한 라떼가 된다
.
한 모금 두 모금 나의 현재도 조금씩 미래로 흘러간다
.
오늘은 병원이 예약되어
있다.
이틀 전 과거에
지켜져야
했던 오늘의
계획은 정형외과 진료였다
.
어깨 통증이 없는 미래를 위해
규직적인
치료를 받는 것.
평범하고 조금씩 위태로운 몸을 돌보고
작은 기쁨들을 찾으며 살아가는
중년의 하루들.
누군가를 용서하고 이루지 못한
것들의 후회하고, 지난 상처를
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계획된 작은 미래들을 실천하며 어제를 보내고
,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이한다.
소소하게 계획된
미래를 휴대폰 일정에 추가하고
,
알람을 설정하면,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가고, 한 계절이 끝이 날 무렵, 나는 또 일 년을 살아 냈구나 하겠지.
keyword
용서
계획
기쁨
Brunch Book
낼 모레 오십
06
인연 좌표
07
엘리와 별이
08
7300일의 나
09
작은 계획들
10
날마다 변신
낼 모레 오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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