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Prolog)
90년대에 태어났다. 요즘은 우리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초등학교 때 "god가 좋냐, 신화가 좋냐"로 친구들이 나뉘었고, 다른 질문으로는 "S.E.S가 좋냐, 핑클이 좋냐"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SBS '인기가요'를 즐겨봤는데, 그때 들었던 노래들은 여전히 '토토가' '가요리믹스'와 같은 감성주점에서 사랑받고 있다. 초등학교에 빨리 입학했기 때문에, 2002 월드컵의 감동을 중학교 1학년 때 경험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팀이 기적적인 승리를 거둘 때마다 아버지는 베란다 문을 열고 환호성을 질렀는데, 여기저기에서 화답해 준 기억이 인상적이었다. 전 국민의 축제였다. 고등학교 때는 원더걸스 '텔미'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인스타그램도 틱톡도 없었던 시절인데, 전국에서 '텔미 댄스'를 춘 영상을 공유했다. '○○ 챌린지'의 시초였다.
초중고 시절은 꽤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한데 대학교 때부터 삶이 급격히 힘들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집안 형편도 많이 안 좋아졌다. 당시 우리 세대는 '88만 원 세대'로 불렸다. 앞으로 우리가 받는 월급은 88만 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는데,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던 기업 문화를 비판하는 취지에서 등장한 용어다. 슬프게도 당시 내가 막내 작가로 일하면서 받은 월급이 80만 원이었다. '88만 원 세대'는 '삼포세대'로도 불렸다. 돈 때문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었다. 이런 우리 세대를 위로해 주고자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꼽혔는데, 나 포함 당시 대학생들이라면 책장에 꼭 한 권씩은 꽂혀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겨우겨우 취업을 하고 나서는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가 유행이었는데, '한 번뿐인 인생 원하는 대로 살자'라는 아주 위험한 말이었다. 10만 원이 훌쩍 넘는 오마카세나 파인 다이닝을 갔다. 해외여행도 1년에 두어 번은 떠났다. 나의 20대 후반은 그렇게 소비만 하다 끝났다. 욜로에 대한 반성의 의미인지, 요즘은 '요노(YONO : You Only Need One)'가 대세다. 한 푼을 쓰지 않는 날을 정하는 '무지출 챌린지'도 유행이다. 단순히 안 쓰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걸을 때마다 쌓인 포인트로 치킨을 교환해서 먹거나, 아침 일찍 일어난 걸 인증해서 돈을 버는 '짠테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티클이라도 모아보자는 거다. 나 역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월급 외 부수입을 벌 방법을 찾고 있다. 지금이라도 노후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다 같이 숙제를 안 할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새 하나 둘 집을 사고 결혼을 했다. 나 혼자만 빚을 안고 늙어가는 것 같은 무서운 기분이다. 그래서 일단 글을 쓰기로 했다. 30대 중반에 서 있는 내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그동안의 내가 잘한 것, 잘못한 것, 앞으로 잘해야 할 것들을 점검해 보려고 한다. 그러면 조금 더 나은 40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40대가 된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긍정적인 단어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