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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향 Sep 28. 2024

실패한 나에게 위안을 주는 방법

계획 짜기 


셋째 동생이 일주일 동안 우리 집에 지내다 갔다. 동생이 옷가지와 물건들을 두고 갔는데 곧 다가올 추석 때 엄마 집에 가면서 짐을 챙겨다 주기로 했다. 동생 짐을 정리하면서, 옷장 정리도 했다. 옷장 속에서 안 입는 옷들을 사진으로 찍어 둘째 동생과 셋째 동생에게 보냈다. 동생들이 옷들을 마음에 들어 해서 캐리어 하나에 동생 짐과 함께 동생들 줄 옷가지를 예쁘게 개어 놓았다. 옷장 정리를 하고 나니 기분이 꽤 상쾌했다. 샤워를 하면서 추석 연휴에 할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했다. 

'월요일까지 책 한 권 다 읽고, 안 입는 옷들 기부하고, 밀린 블로그 포스팅 하기, 브런치 적기.'


엄마 집에 가기 전 생각보다 일찍 준비를 마쳤다. ATM기에 입금할 현금도 챙겨 집을 나섰다. 현금을 챙기다 조카 명절 선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타고 엄마 집에 가는 길에 조카 명절 선물을 고르고, 남은 시간에 책을 읽으면 완벽하겠다 싶었다. 버스 정류장에 다 와가서 셋째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아! 캐리어를 안 들고 나왔네!'


자칭타칭 '파워 J(MBTI에서 계획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뜻)'로 불리는 나는 매일 계획을 짠다. 회사에 가면 메모장을 켜서 'To Do List(해야 할 일)'부터 적는다. 매년 다이어리 한 권씩을 끼고 사는데, 다이어리에 월단위 목표와 주단위 일정을 적어둔다. 여행 가기 전에는 시간 단위로 계획을 짠다. 이렇게 매번 계획을 짠다고 해도 변수는 꼭 발생한다. 여행을 가서 플랜 B까지 맛집을 찾아놓아도, 식당이 당일 웨이팅을 마감하거나 재료 소진으로 영업을 일찍 종료하는 상황까지 내가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내가 계획을 짜는 이유는 실패하더라도 자책하거나 비관하지 않기 위해서다.


A부터 Z까지 계획을 짜도, 계획대로 열심히 살아도, 안 되는 일은 안될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면서 공부를 해도, 시험 전 날 아픈 건 내 탓이 아니다. 다만, 실패가 오롯이 내 탓만은 아니란 걸 인정하려면 빼곡하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 실패한 와중에도 나를 위안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계획을 짠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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