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향 Mar 27. 2023

이별 후 사랑을 시작합니다

프롤로그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 새로운 사랑을 채우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카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 봅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저와의 데이트도 꽤 재밌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오답노트를 정리하듯 그간의 이별들을 돌이켜 보니 제가 잘한 점과 잘못한 점들이 선명히 보입니다. 자아 성찰을 통해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저를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못난 마음들이 올라옵니다. 정리하지 못한 이들의 SNS를 염탐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너무 지질한 제 모습에 낯이 뜨겁기도 합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 줄 사람이 나타나기는 할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저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가 봅니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두고 이 시간 이 감정에 충분히 젖어있겠습니다. 충분히 아름다운 제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이제는 척하면서 사는 걸 그만두겠습니다. 

 가족들에게는 괜찮은 척하지 않으려고요. 때로는 나도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말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날 사랑해 줄 사람들이 가족이잖아요. 

 모든 걸 좋아하는 척하지도 말아야겠어요. 저도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욕심을 버리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사이에 돌보지 못한 제 자신을 더 돌봐주겠습니다. 

 이별 후 쿨한 척하지도 않겠습니다. 슬프고, 힘들고, 복잡한 이 감정에 솔직해지겠습니다. 제대로 헤어지지 못한 채 아직 마음속에 묻어둔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그 사람들을 완벽히 떠나보낸 후에야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괜찮은 척, 좋은 척, 아닌 척하면서 살았던 제 자신을 보살피기 위해서입니다. 오롯이 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놓아주지 못한 지난 사랑들을 충분히 그리워하겠습니다. 온전한 나를 찾고, 완전한 이별을 하려는 게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