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리터 Jan 29. 2020

1월, 새해 다짐 작심 15일

2020년 1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1월에 읽은 책과 잡지

책 <The Monocle Guide to Better Living> - Monocle

- 크고 비싸서 살 엄두도 못 냈던 책을 우연히 어느 카페에서 발견했다. 영어 원서라 관심 있는 부분 위주로 한번 훑어본다는 게 결국 끝까지 다 봤네. '20 Ways to Make Your City Better' 파트가 제일 흥미로웠고, 코펜하겐 꼭 가고 싶어 졌고, 멜버른 또 가고 싶어 졌고.. 이렇게 가고 싶은 도시만 늘어간다.


• 책 <제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글 쓸 때 흔히 범하는 오류나 어색한 표현을 쭉 모아 설명하는 책인 줄만 알았는데, 나름의 스토리도 있고, 어마어마한 반전도 있어서 흥미진진.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제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한 문장이 불러온 파장. 내가 쓴 글도 누군가가 이렇게 물고 뜯고 해 주면 재밌겠다는 생각. 


• 책 < 오예! 스페셜티 커피! > - 김현섭

- 전에 메쉬커피 갔을 때 한 손님이 가져와서 바리스타에게 사인을 받길래 궁금했던 책. 메쉬커피의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만드는 법부터 커피 문화, 카페 운영까지 전반적으로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서술했다. 특히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값이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책 <아무튼 잡지> - 황효진

- 만화 잡지를 즐겨봤던 어린 시절부터 직접 기사를 쓰고 무크지를 만드는 지금까지, 지난 삶에 접해온 수많은 잡지들이 어떻게 지금의 작가를 만들었는지를 서술했다. '잡지가 짱이고 잡지 없이 못 산다!' 이런 표현 하나 없이 이 사람이 얼마나 잡지를 아끼는지가 모든 챕터에서 느껴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에 대해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필력이 부럽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무언가는 아니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다만 있으면 더 좋은 것들, 더 알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왜 기본만 챙기면서 살아가야 할까. '가성비'의 세계에서 벗어나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 무언가를 보고, 사고, 해보며, 우리는 조금 더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 책 < 공간 혁명 > - 세라 W. 골드헤이건


1월에 즐겨들은 음악

• 태연 정규 2집 리패키지 <Purpose>

- 신곡 세 개 중에 처음 들었을 때 바로 꽂힌 건 대중적인 발라드 '너를 그리는 시간'. 무게감 있는 오르간 반주와 절규하듯 내뱉는 목소리가 마음이 꼭 내 마음 같아서 가장 많이 듣게 된 건 '월식'. 그리고 타이틀 '내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콘서트 라이브를 보고서야 온전히 사랑하게 됐다. 노래 끝나고 나오는 자필 편지까지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말없이 이 노래를 꼭 안아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이 아닌 태연이 불러서 더욱 와 닿는 노래라는 감상평이 딱이겠다.


• pH-1 'Nerdy Love' (feat. 백예린)

- 너무 트렌디해서 들으면 회춘하는 기분이 다 드는 노래. 이제 '남성 솔로 래퍼 feat. 백예린 = 띵곡'이라는 공식이 생긴 듯하다.


2PM 'Nobody Else'

- 유튜브 알고리즘이 불러온 2PM '우리집' 열풍 현상이 참 재미있다. 양준일 같이 과거에 빛 보지 못했던 스타가 재조명받는 것과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아이돌이 재평가받는 건 또 다른 양상이다. 그때 더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네티즌들의 유쾌한 드립이 한몫한다. 덕분에 이런 명곡도 알게 됐다. 5년 전부터 들어주지 못해 미안해..


1월에 즐긴 문화생활

• 영화 <겨울왕국2>

- 참 잘 만들었다. 근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 모두를 구해내는 히어로 서사는 이제 나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나 보다.


• 태연 콘서트 <The UNSEEN>

- 티켓팅 실패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직캠을 보고 이 공연은 안 가면 두고두고 후회하겠다 싶어서 막콘 공연 3시간 전에 겨우 시야 제한석을 구해서 갔다. 노래 잘하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떻게 갈수록 더 잘할까. 특히 Better Babe는 들으면서 4분 동안 거의 숨을 참게 될 정도로 breathtaking 했고. 또 천상 연예인이지.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 땐 너무 예뻐서 현실판 엘사인 줄 알았는데, 하하하(LOL)는 너무 멋있어서 아 역시 태연은 공주가 아니라 킹이구나.. 싶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좋아해온 가수,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노래해주길.


• 전시 <호텔사회>

- 엄청 기대했는데 솔직히 작년 <커피사회>만 한 감흥은 없었던 전시. 호텔인 것처럼 열심히 꾸며놓아서 예쁘긴 한데 포토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나라 호텔의 역사를 배워가기에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불친절했다. 그래서 이 전시를 보고 나에게 남은 건 빨리 여행 가서 진짜 호텔에 묵고 싶다는 욕망뿐.


1월에 즐겨본 콘텐츠

• 유튜브 '테레비평'

- 정석희 칼럼니스트의 TV 프로그램 비평 채널. 확실히 연차와 연륜이 있으시다 보니 연예인이든 제작진이든 상대 눈치 보지 않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씀하신다. (가장 사이다였던 '방송국 놈들 이럴 거면 왜 불렀어요?' 편.) 연예계의 각종 이슈/논란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 그래서 내가 불편했었구나, 어떤 부분이 잘못됐었구나를 이 유튜브를 보고 나서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한다. 서키쌤 올해 환갑이시라는데 나도 이렇게 오래오래 대중문화에 예민한 감각을 유지하고, 나의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펼치는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


• 유튜브 '다노TV'

- 이번 다이어트를 하면서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콘텐츠들도 다 다노 사업의 일환이겠지지만, 다노언니 제시가 건강과 습관에 대해 정말 많이 연구하고 고민해본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건강하게 사는 사람의 일상 브이로그, 식단과 운동법, 자존감을 높여주는 상담 콘텐츠는 꼭 다이어터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콘텐츠다. 아니, 살이 되면 안 되지..


• 유튜브 '룬룬쓰TokyoLog'

- 도쿄에 사는 한국인 주부의 도쿄 생활 브이로그. 도시락 싸는 거 보면 대리만족이 되고, 도쿄 일상을 엿보는 게 흥미롭기도 한데, 무엇보다도 5살 딸 로미짱 보는 재미로 본다. 세상 귀엽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로미짱, 요즘 나의 행복 버튼이다.


1월에 잘한 소비

• 피포페인팅 도시 시리즈

- 쓸데없이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아무 생각 안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손을 움직이면서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한때 유행했던 피포페인팅을 한번 사봤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밤에 펼쳐놓고 하다 보면 아주 시간도 잘 가고,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그림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나쁘지 않았다. 


1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 청년다방 차돌 떡볶이

- 다이어트 13일째였던 날 점심 약속 있어서 오랜만에 맛보게 된 달고 맵고 짠 것. 그래, 이 맛이지. 이때부터였나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나서 자기 합리화하게 된 게..


1월에 마신 카페


1월에 잘한 일

• 드디어 작년 5월에 다녀온 뉴욕 여행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과 컨셉이 안 떠올라 몇 달을 미뤘고, 프롤로그가 안 써져서 또 몇 주가 늦어져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작부터 질렀다. 여행 당시 느꼈던 그 벅찬 감정과 무궁무진했던 생각들이 이제 많이 휘발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쉽지만, 더 날아가기 전에 이제라도 붙잡아보려 한다. 미래의 나야, 연재를 잘 부탁해~


• 작년 11월~12월에 회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운동을 거의 못했더니 내가 알던 몸무게에서 3~4kg가 쪄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1월 2일부터 새해 다이어트를 결심해 샐러드와 건강식만 먹고, 하루 동안 먹은 모든 것들을 꼬박꼬박 기록하고,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나름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절제하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1월에 아쉬웠던 일

• 그리고 그 야심 찬 다이어트는 15일 만에 흐지부지 되었다고 한다.. 인바디를 재보면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긴 했는데, 눈에 보이는 몸무게가 너무 줄어들지를 않아 동기부여가 안 되기도 했고. 다른 음식은 다 참아도 맥주는 너무 당기더라. 운동 끝나고 카스 라이트 작은 캔을 몰래 사와서 혼자 홀짝홀짝 하다가 씅에 안 차서 결국 고삐가 풀려버렸다. 그래도 이 글을 쓰면서 내일부터는 다시 2주 전의 나로 돌아가야지 마음을 다잡아 본다.


1월에 행복했던 순간

1. 성수동 지나가다 우연히 알비를 발견했을 때

2. 평일 낮에 혼자 더모놀로그하우스에서 맥주 한 잔 하며 모노클 읽었을 때

3. 태연 콘서트 앵콜 무대 시작부터 리앵콜 끝까지 전부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 20대의 끝자락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