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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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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메다 Oct 24. 2020

애정결핍의 음침한 독백

- 회피성 성격, 강박성 성격, 의존성 성격, 그게 바로 나예요

난 시간이 비면 인터넷을 돌아다니곤 한다. 가끔은 웃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화나게 하거나 슬프게 만드는 글이 더 많다. 오늘은 우울한 사람이랑 사귀지 말라는 글을 봤다. 불쌍해 보여서 계속 챙겨주더라도 만족 못한단다. 결핍이 드러나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단다. 엮이면 피곤하니까 우울한 사람과는 관계를 맺지 말란다.


나도 안다. 나도 그런 우울한 사람이니까.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아니다.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기가 빨리고 내 템포에 맞춰서 같이 침체된다. 타이타닉처럼 서서히 침울한 분위기에 잠긴다. 그 느낌 안다.


그리고 그 게시글이 사실인 것도 안다. 나는 아무리 사랑을 줘도 더 바라니까.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갈구하니까. 내가 받은 사랑이 정말 크고 충분한 사랑인 거 안다. 나도 머리로는 안다. 그런데 텅 빈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상대 입장에서는 정말 지옥 같은 거 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이미 겪어본 뻔한 이야기니까. 잘 안다.


상담 선생님은'버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내 핵심감정이라고 했다. 어렸을 적에 충분한 애정이 결핍됐고, 여전히 난 거기에 머물러 있다. 선생님은 내가 '유아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한다고 했다. 24시간 내내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걸 위해서 사고를 치거나 고의로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낸다. 그런 행위로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에 고통스러워하며 다시 누군가를 갈망한다. 어려운 악순환이다. 상대도 피곤할 수밖에 없다.


나도 내가 피곤한 사람인 거 안다. 아는데, 아는데, 오늘처럼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말라는 글을 보면, 피하라는 글을 보면, 내가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도 날 안아주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내게 따뜻하게 다가와주는 사람들도, 모두 내가 조금 더 내 모습을 보이면 멀어질 것 같다. 부담스러워하고 밀어낼 것 같다. 세상에 혼자인 느낌이다. 누가 내 편이 돼줄까. 그 친구도 날 견뎌내지 못했는데, 감히 누가 날 버텨낼까.


그런데 사실 내가 너무 과하게 다가가면, 누군가의 선을 넘으면 상대는 부담스러워하고 견딜 수 없을 테다. 그때가 오면 들어오는 상대를 밀어내는 게 맞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니까. 근데 그럼, 나는 선을 넘지 않으려는 조절을 해야 한다. 어디까지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까지 나를 숨겨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까지 나로서 그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사귄 친구가 정말 내 친구일까. 내 사람일까.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나는 정말 나일까. 그게 내 인생일까.


그런 생각.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없는 것 같은. 아무도  날 환영하지 않는 듯한. 그런 공허함.


사실 별로 슬프지는 않다. 그냥 공허할 뿐이다. 구포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강물은 너무 무서웠다. 전에 서울에서처럼 공황 발작이 일어났다. 결국 죽으러 갔다가 죽을까 봐 무서워서 도망쳤다. 나는 왜 항상 이 모양 이 꼴일까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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