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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메다 Dec 15. 2020

구독자가 생겼다.

내 글을 하나하나 읽어줬다.

브런치 작가가 된지 반년이 넘었다. 처음 작가 신청을 넣었을 때는 붙을 줄 모르고 넣었었기에 활동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무기력함과 공허함이 심해져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시체처럼 살고 있을 때였기에,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대충 10월부터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글은 쌓여만 가는데, 관심작가 수보다 적은 구독자 수를 볼때면 늘 자격지심에 휩싸이곤 했다.


요 근래에 구독자가 늘었다. 서너명? 그 중 인상 깊은 사람이 하나 있다. 나는 글을 올린 날이면 틈날 때마다 들어와 통계를 확인한다. 그날도 그런 평범한 날중 하나였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의식도 하지 못한 채 브런치 웹사이트에 들어와 로그인을 했다. 관심작가님들과 메인을 살펴보기도 전에 통계창부터 눌렀다. 그날 올린 글에만 조회수 20 정도가 찍혀 있고 다른 글은 조회수 없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특출나게 조회수가 많은 글은 없는데 자잘한 글마다 조회수가 1씩 찍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검색 유입이 많았나? 생각해봤다. 하지만 검색 유입은 한 명밖에 없었고 브런치 유입이 절대다수였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왼쪽 상단에 초록 동그라미가 켜진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 나를 구독했다는 알림이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누가 내 글을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하나하나 읽어봤구나. 그리고 구독했구나.


사실 아닐지도 모른다. 구독자는 내 글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구독을 눌렀고, 다른 글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새롭게 날 구독해주신 분이 내 글들을 하나하나 읽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쓴 글을, 내 생각과 감정을 누군가가 들여다 본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감사한 일인가? 2018년 기사에서는 브런치 작가 수가 2만 3천명이라고 했다. 2019년 7월에는 작가 수가 2만 7천명이라고 했으니 지금이면 못해도 3만명은 넘으리라. 그 많고 많은 생각들 중에 내 생각에 시간을 써준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내 브런치는 주제도 중구난방이고 명확한 컨텐츠가 있지도 않다. 그냥 내 일상과 생각을 일기장 대신 브런치에 끄적거릴 뿐이다. 볼만한 맛이 없다. 그런데 브런치에는 특색 있는 작가가 무려 삼만여 명이나 있다. 그들의 재기넘치는 생각을 읽기에도 시간은 모자란데, 현실의 인간관계까지 생각하면 얼마나 우리가 접하는 생각이 많은가? 마주치는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들여다볼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그건 참 고마운 일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내보이는 일이다. 온갖 기교로 감추고 거짓을 말하려 해도 글은 늘 진실을 드러낸다. 글은 솔직하다. 그 솔직함에 소중한 자기 시간을 기꺼이 내주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은 밀렸던 피드를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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