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무너지는 세계
서퍼가 되어 바다에 들어가는 거, 정말 정말 근사한 일인 것 같아. 그것도 사람과 자동차가 이렇게나 많이 다니는 도시 한 편에서, 다른 눈빛으로 바다를 열고 들어가는 거 말이야. 밤 12시에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서 꺼내는 것처럼 짜릿해. 근데, 새까만 수트를 입고 가는 나를 마치 외계인을 만난 듯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이제는 견딜 만 한데, 신기하게 해변에서 리쉬코드를 발목에 묶고 바다를 바라볼 때, 매번 떨리거든, 이상하지. 아직도 적응이 안돼. 이렇게나 떨려.
오늘은 파도가 예뻐. 크지는 않은데 단정하고 힘 있는 파도가 마치 등 떠밀어 주는 것처럼 밀려오고 있어. 나는 관찰해. 어디로 닿아야 좋을지, 아니 그냥 바로 들어가야겠다. 도저히 참을 수가 있어야지. 평일 낮에 하는 서핑을 사랑해. 짜릿해. 최고야. 밤에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세상 어딘가에, 사랑에 빠지는 기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단다. 바로 이곳, 서퍼들이 못 참겠다는 듯 바다에 뛰어들고 있는 저곳, 여기와 저기, 당신과 나. 우리는 오늘 실컷 파도를 걷자. 그리고 실컷 사랑에 빠지는 거다. 풍덩, 허우적거려도 좋은 기분 속에서 잔뜩 웃어 버리며. 사랑해, 라는 말을 머금은 채 파도 아래에서 잠시 숨을 참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