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이 묻어나는 자신감이란?
내가 있는 경영대에서는 학생들의 취업을 특히나 신경을 쓴다 (졸업하는 학생들의 평균 연봉이나 취업률 등이 학교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생이었던 20여 년 전 한국은, 대학교 전체를 총괄하는 취업관리센터만 존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곳은 대학 차원이 아니라, 학생들의 취업만을 도와주는 센터가 단과대학 내에 따로 있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 역시,
'Professional Communication'이기에 아무래도 학생들의 면접이나 발표를 연습시키고 평가하는 기회가 자주 있다.
그렇게 학생들의 발표를 듣다 보면, 종종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표현들이 우리가 일상적에서 무의식 중에 너무나 많이 쓰고 있기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표현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뽑아주신다면,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질문하신 내용은, 제가 다시 알아보고 빠른 시일 내에 전달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직장 면접을 보았다면, 누구나 단골 멘트로 썼을법한 바로 그 문구이다. 문제는 바로 이 '노력'하겠다는 표현이다.
겸손해 보이지만, 면접이나 발표에서 이 표현을 자주 쓰게 되면, 뭔가 빠져나갈 구석을 만드는 것처럼 들린다. 따라서, 자주 쓴다면 듣는 사람에게는 확신 없는 표현으로 들릴 수 있다.
혹시 남자 친구가 프러포즈할 때,
"내가 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거야." 하는 것과 "내가 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도록 노력할 거야." 했을 때, (둘 다 안 지켜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쪽이 더 믿음이 가는지 생각하면 된다.
"노력"이라는 단어만 빼고 말해도 한결 자신감 있게 들린다. 약간은 무모하게 들릴지라도 자신감의 측면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 일단 플러스다.
"제 생각에는 지금 이 회사가 ㅇㅇㅇ에 좀 더 집중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기회만 주신다면, 저는 이 회사에 좋은 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표현에서의 문제점은 ‘불필요한 말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내가 하는 말이기에 당연히 내 생각이라는 것을 상대가 알고 있다.
따라서, “제 생각은.”.이라는 표현은 중복적이고 불필요한 표현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에 기반한 대답이 아닐 경우, '뇌피셜'로 들리기 때문에, 상대방이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능하다면,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이나 예시를 찾아서 언급해야 한다.
"대학교 때, 학과 프로젝트로 3개월 정도 약간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그냥.. 작은 중소기업을 돕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제가 그 당시에는 단지 인턴이었기 때문에 크게 일조하지 못했지만, 제가 이 회사에 입사한다면 확실히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 표현 역시 우리가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냥, 약간, 잠깐, 단지” 이런 식의 표현을 쓰자마자, 상대방은 그 내용 자체를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더군다나 면접이나 발표라면, 더욱 우리의 성과 혹은 경험들을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돋보이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가 그 경험을 폄하해서는 절대 안 된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을 최대한 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짧은 경험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과 관련된 1) 객관적인 예시와 수치 등으로 표현하고 더불어 그 경험을 통해 2) 배운 점을 어필한다면, 그 경험은 아주 훌륭한 예시가 될 것이다.
"모두 아시다시피, 코로나가 100% 경기침체의 원인이라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그 프로젝트 경험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었던 표현 중에 하나이다.
상대방의 공감을 구하고 싶거나, 나의 경험을 강조하고 싶기에 이런 표현들을 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표현들의 문제점은 상대방이 내가 말하는 100%를 결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각자의 경험과 지식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나와 같은 레벨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내가 “모두 아시다시피”, 혹은 “100%”라고 말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상대는 그 이야기에 반박할 부분을 찾기 때문에, 오히려 의도치 않는 부정이나 공격의 가능성을 열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정말” “진짜” “큰 의미“ 이런 표현들도 듣는 이가 경험을 직접 해보지 않은 내용이기에 오히려 공감을 못하여 과장하는 것처럼 들리게 되고, 결국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All-ness"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시나 객관적인 수치나 예시로서 내용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답변의 근거를 최대한 객관화하여 상대방이 그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제 팀의 의견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그 프로젝트가 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였습니다."
우리는 상대방과 공감대 형성을 하거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 종종 이런 표현을 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상대방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 쓰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중요한 면접 상황이나 전문적인 발표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표현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용이 정돈이 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솔직히 말해서..” 사실은..”이라는 표현 뒤에 들어갈 내용들이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이면,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 사람 뭔가 평소에 숨기고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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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감 있게 말하기 위해서 앞서 언급한 5가지 표현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굳이 '연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처럼 행동을 하게 되면, 그 모습이나 말투 자체가 어색해지므로 이를 지켜보는 면접관이나 청중들은 당신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나의 내면에는 '조용한 열정(calm passsion)'이 있고, 나는 내가 말하는 기회를 통해, 그 열정과 성실성을 최대한 어필한다."라는 마음으로 발표나 면접에 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나의 이전 경험이나 성과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면, 나의 표정과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히 청중에게 설득력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