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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풍뎅이 시인 Nov 25. 2020

버티는 일의 고단함

지쳐

 유튜브를 보다가 'Curve'라는 단편영화를 알게 되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칠흑 같은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은 곡면에 고립된 여자가 아래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고요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그저 보여주는 10분짜리 단편이다. 2016년 시체스영화제에서 오피셜 판타스틱 부문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감독은 우울증에 걸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보기 : https://vimeo.com/221821296

Curve(2016)


차라리 떨어져 버릴까?



 감정을 소화하는 일은 어쩌면 이렇게 고단할까. 쏟아지는 감정들과 해로운 잡념들을 소화하며 버텨내기 위해서는 품이 정말 많이 든다.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보기도 하고, 괜찮다고 마음대로 살라고 하는 책들 찾아 읽으면서 위로받고, 새벽부터 일어나 명상하며 그저 잊고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고, 유튜브에서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무한대로 재생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잠들기도 하고, 오늘처럼 글을 써보기도 하고, 시간 쪼개어 산책에, 날잡아 여행도. 힘들수록 중노동을 해야 하는데, 가끔은 체대생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택배 상하차 알바가 생각난다. 온갖 종류의 감정박스가 쏟아져 내려오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박스를 하나씩 끌러 얼르고 달래고 씻겨 다시 세상 밖으로 나르는 일을 매 순간 온 정신을 집중하여 해내야 한다. 하나라도 놓아버리면 그것들이 벨트의 끝에서 쌓이고 뒤엉키고 전복하여 내 이 작업을 결국 포기해버리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 순간 집중하며 정신줄을 잡고 버티는 일은 사투이고...그래서 너무 고되다.


 영화는 그런 힘겨움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감정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  자꾸만 내 발목을 휘감고 들어가려고 하는 심연의 어둠과의 사투,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떨어져 버리 싶을 정도의 지침과 고단함.


하, 오늘도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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