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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듬 Oct 03. 2023

제모 유목민 정착하다

여성용 제모기


제모가 지겨워서 탈색도 해보고 별별 제모는 다 경험해 본 나. 

하지만 결국 가장 쉽고 간단한 건 날로 밀어버리는 것으로, 처음 했던 제모 방식으로 돌아갔다.  


대신 그동안 제모기도 발전해서 과거 아빠가 쓰던 일회용 면도기가 아닌, 여성용 제모기에 정착하게 되었다. 여성용 제모기는 일회용 면도기를 사용할 때의 불편함을 보완해 주는 여성에게 적합한 도구였다. 

보통 팔, 다리, 겨드랑이 제모는 샤워할 때 이루어진다. 습식 제모로 몸에 비누칠을 하고 면도기로 미는데 이 방식이 피부에 손상이 가장 덜 간다. 그러다 보니 날이 항상 물에 닿아 쉽게 녹슬었는데 여성용 제모기는 달랐다.


날 주변에 비누가 달려 있어 비누칠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녹이 덜 슬었다. 주로 수염을 미는 남성의 면도기는 3중 면도날, 턱과 인중을 밀 때 편한 그립감 등. 얼굴에 썼을 때 편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여성용 제모기는 주로 바디에 쓸 때 잡고 쓰기 편안한 그립감과 면도날이 피부에 닿을 때 살짝 눌려지면서 굴곡진 무릎, 팔에 써도 덜 베이는 효과가 있었다. 또 비누를 다 쓸 경우 앞에 날만 바꿀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이었다. (물론 비누가 달려있지 않은 제품도 많지만, 주로 비누가 함께 달린 제품을 많이 썼다)


제모를 할 때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나만 이렇게 제모를 하나? 였다. 

일단 우리 가족 중에 제모를 하는 사람은 없다. 여동생도 털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는데 드럭스토어에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여성용 제모기를 보면서 위로와 동질감을 느꼈다. 누군가도 화장실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겠구나. 


제모 제품을 정착한 뒤로는 제모는 나에게 일상이었다. 반소매 옷을 입는 여름에는 제모가 필수였고, 겨울엔 긴 옷과 패딩으로 몸을 꽁꽁 감춰할 필요는 없었지만, 애인이 생기거나 날씨가 풀려 나도 모르게 소매를 슥슥 걷어야 하는 봄에는 제모를 해야 했다. 외출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을 때는 팔은 팔뚝 정도 다리는 종아리까지만 제모를 하고 나오곤 했다. 그럼 위에는 털이 수북하고 아래만 반질한 반반 몸뚱이가 되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제모를 하고, 면도날 사이사이 낀 털들을 손으로 빼내며 제모를 이어가려고 하니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은 빠지는 게 아쉬우면서 털은 왜 그렇지 않을까? 생각에 잠겼다. 



종류 : 여성용 제모기

제모 난이도 : ★★ 간편함

통증 : ★ 거의 없고, 상처도 잘 생기지 않음  

장점 : 샤워할 때 사용할 수 있어서 간편

단점 : 샤워할 때 사용해야 한다. 급해서 털만 밀고 바로 외출 해야 할 땐 비누가 없는 제품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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