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상품성을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비유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웃기는 일에 실패했을뿐더러 분노마저 일으키는 이 이야기에는 한 조각의 통찰이 담겨 있다. ‘태어남’, ‘깨어남’의 순간을 전환점으로 짚어낸다는 점이다. 우리가 예수를 사랑하는 이유는 탄생 이전의 동정녀 마리아 신화 때문이 아니라 '12월 25일’ 탄생 이후 그의 행적 때문이다. 세상에 발을 디디는 크리스마스 이후의 삶 말이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스물여섯의 일이다. 생의 고통에 눈 뜨고 아파하던 시절이었다. 지나고 보니 곡절이랄 것 없는 시간, 여러 개의 문을 그와 함께 지나왔다. 잘 맞물린 박자와 선율처럼.
하지만 툭, 음악은 끊긴다. 당연스럽게 포개지던 리듬과 멜로디가 별안간 갈라진다. 정적과 변주, 우리는 또다시 갈림길 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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