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당'이 건강에 좋을까요?
절친한 독자분께서 문의를 주셔서 관련하여 글을 남깁니다.
지인분의 아내분께서 과일청과 같은 것이 건강에 유익한지 궁금하셨던 모양입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효소당', '발효 식품', '천연 효소' 등의 용어가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특히 과일청이나 각종 건강식품을 선택할 때 이런 용어들이 마치 건강함을 상징하느냥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과학적 사실과 일치하는 걸까요?
오늘은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는 발효와 효소의 차이점, 그리고 시중에 유통되는 과일청 그리고 '효소당'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효소는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촉매입니다. 쉽게 말해, 특정 화학 반응의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죠. 중요한 점은 효소 자체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효소는 무언가를 '먹고' 에너지를 얻어 활동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과일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소들은 주로 자가분해(Autolysis) 과정을 담당합니다.
제가 작성한 지난 글에도 있지만 음식물 자체의 효소가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분해시킨다고 했습니다. 즉, 과일의 세포벽을 허물고 펙틴 같은 성분들을 분해하여 과육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과일 속에 갇혀 있던 수분, 향, 맛, 색소, 영양분들이 설탕 시럽으로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발효는 미생물(효모, 세균 등)이 당분을 먹이로 삼아 에너지를 얻고, 그 과정에서 부산물, 즉 알코올이나 유기산 같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발효의 주체는 살아있는 미생물이며, 이들이 당분을 대사하면서 소화하기 쉽고 흡수가 더욱 용이한 우리에게 유익한 물질들을 생성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대부분의 시중 과일청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발효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과일과 설탕을 1:1 비율로 만든 고당도의 과일청에서는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미생물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설탕이 미생물의 '먹이'인 동시에 '억제제' 역할을 하는 셈이죠.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과일청'은 발효 식품이 아니라 '효소에 의한 자가분해'와 '설탕의 삼투압'을 이용해 과일 성분을 추출한 '과일 시럽'에 더 가깝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효소당'은 주로 옥수수나 쌀 같은 곡물의 녹말(전분)을 효소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분해하여 만든 액상과당이나 물엿, 올리고당 등을 지칭합니다. 이 과정에서 효소는 단순히 '공장의 설비'나 '가위' 같은 역할을 할 뿐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공정 과정에서 사용된 효소는 대부분 정제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열에 의해 파괴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최종 제품인 '당'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효소의 활성이나 건강 기능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또한 효소는 반복되는 작업에서 소실됩니다.)
우리는 왜 효소당이라고 하는게 마치 더 좋은 당같다고 여길까요?
아마도 우리는 '효소'라는 단어에서 소화, 분해, 신진대사, 자연스러움, 건강함 등의 긍정적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효소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분해했다는 느낌을 주어, 화학적으로 정제된 백설탕보다 더 자연에 가깝고 순한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효소 작용'과 '발효'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마치 발효 식품처럼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효소 처리로 만들어진 최종 산물은
포도당, 과당, 엿당 등 '단순당'이며,
우리 몸은 이를 일반 설탕과 거의 유사하게 소화하고 흡수합니다.
과일청이든 효소당이든 그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과일청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바로 아시는게 중요하다고 여겨요.
우선, '건강식품'이 아닌 '기호식품'으로 인식하시길 바랍니다.
과일청을 약처럼 매일 챙겨 먹기보다는, 맛과 향을 즐기는 목적으로 가끔씩 적당량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 당분 조절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집에서 만들 때 설탕 비율을 줄이고(1:0.7 또는 1:0.5), 대신 빨리 소비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숙성한답시고 오래둔다해서 더욱 좋아지는게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음료보다는 요리에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샐러드 드레싱이나 고기 양념 등에 설탕 대신 소량 사용하여 풍미를 더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1. 제품명에 현혹되지 말기: '효소당', '천연당', '건강당' 같은 이름보다는 제품 뒷면의 '식품유형'과 '영양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2. 본질 파악하기: 이름에 '효소'가 붙었다고 해서 칼로리가 낮아지거나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특별한 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적정량 섭취하기: 어떤 형태의 당분이든 과도한 섭취는 비만,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발효와 효소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며, '효소당'은 과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은 마케팅 용어입니다. 이런 용어들이 마치 건강을 보장하는 마법의 단어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국 '당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건강한 식생활의 핵심은 특정 제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균형 있는 식단이라는 상식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