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구두 꺼내줄 걸 그랬나

남편은 육아 동료일까, 큰 아기일까

by 빛나볼게요

평일 아침.
주중 어느 집이나 그렇듯,

정신없는 등교와 출근 준비가 시작된다.

우리 집 아이는 초등학생이지만,

스쿨버스를 타는 덕분에 이른 등교를 한다.

그래서 우리 집의 하루는 새벽 6시쯤,

어김없이 시작된다.

나도 다른 K엄마들처럼,
아침 일찍 나서는 딸아이 입속에 뭐라도 넣어줘야
그나마 마음 한켠이 편해진다.

오늘 아침도 아이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전날 끓여 둔 찌개를 데우고 간단히 아침밥을 차린다.
여전히 내 눈엔 아기 같은 아이.
자고 있는 딸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깨운다.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는 아이에게
숟가락을 들고, 한 숟갈이라도 더 먹으라며 건넨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남편도 일어난다.
하지만 그는 곧장 쇼파로 직행.
쇼파에 반쯤 누운 채 폰 삼매경.

나는 아이보다 남편에게 더 자주 말한다.
“그놈의 핸드폰 좀…!”

그 모습이 영 못마땅해서
뭔가 잔소리처럼 들릴 만한 집안일을 들먹이며
쇼파에 달라붙은 엉덩이를 떼보려 애쓴다.

우당탕탕.
등교 준비, 출근 준비가 끝난 우리 집 김씨들.
신발장 앞에 나란히 선 세 식구.
딸아이는 갑자기 “이 운동화 불편해”라며 툴툴댄다.
잘만 신던 운동화를 왜 이제 와서…

나는 다른 운동화를 꺼내주고,
풀려 있는 운동화 끈을 꼭 묶어주려는 찰나—
남편이 옆에서 말한다.
“나도 이 신발 말고 저 구두 신을까?”

순간,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그냥 알아서 해.”
말이 툭 튀어나왔다.
그러자 남편은 삐진 얼굴로 먼저 나가버렸다.

아…

오늘 아침도 역시, 정신없다.

둘을 챙겨 보내고 나면
허물처럼 집 곳곳에 벗어둔 흔적들을 치운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생각한다.
‘아까 그냥… 이게 더 잘 어울리겠다며 구두를 꺼내줬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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