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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Jun 07. 2024

어지러우니까 그만해!

노화시리즈 - 어지럼증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고 내린 후 벤치에 쓰러져 누우면, 아이들은 그저 아빠가 장난치는 줄로만 압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지럼증이 심해져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죠. 언제부턴가, 어지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졌습니다.


영화에서 우주비행사가 체험하는 기구가 있습니다. 그 기구가 뱅글뱅글 돌면 주인공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집니다. 저에게는 놀이동산의 다람쥐통이 딱 그렇습니다. 저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며 극심한 멀미 증세로 내려오곤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러한 증상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제한된 상황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한때 주짓수 도장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운동 전에 몸을 풀 때 구르기 동작이 있는데, 두세 번만 굴러도 마치 코끼리코 30바퀴를 돈 것처럼 몸이 비틀거립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책을 읽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잠깐 휴대폰을 보는 것도 힘듭니다. 식사 중에 아이들이 의자를 발로 툭툭 차서 의자가 흔들리면 멀미가 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춤을 추면서 빙글빙글 도는 것만 봐도 어지럽습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정말 예민하고 유난스러워."


저는 대답합니다.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야."


빙글빙글 도는 데 유일하게 어지럽지 않은 상황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예전에 재즈댄스를 배운 적이 있는데, 회전하는 동작이 있었습니다. 영화 '백야'에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멋지게 회전하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저도 재즈댄스를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목적은 오직 회전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춤을 추면서 회전을 할 때는 전혀 어지럽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어지럼증에서 해방된 기분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회전하는 그 순간이 마치 마법 같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침에 잠에서 덜 깬 상태이거나 피곤할 때 어지럼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느낌에 비틀거리기 일쑤입니다. 몸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요즘 운동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가?',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겼나?', '혹시 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운동 부족이 어지럼증을 악화시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근육과 신경을 강화하는 운동이 부족하면, 어지럼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지럼증 때문에 운동을 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전정기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봤지만,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MRI까지 찍어봤지만 역시나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어지럼증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면, 몸의 여러 기능이 저하되기 마련입니다. 이 중에서도 전정기관의 기능 저하로 인해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정기관은 귀 속에 위치한 작은 구조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전정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면, 어지럼증을 느끼기 쉬워집니다.


어지러울 때 눈을 감았습니다. 놀랍게도 눈을 감으니 훨씬 덜 어지럽습니다. 이 작은 행동이 어지럼증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시각 시스템은 눈을 통해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공간적인 위치를 파악합니다. 두 시스템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이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지만 전정기관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두 시스템 간의 정보 불일치로 인해 어지럼증이 유발됩니다. 전정기관과 시각 시스템의 불일치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말 다양한 신체기관의 노화로 사람을 괴롭힙니다. 다행히 의학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증상들이 나타날 때마다 때로는 두렵고, 늘 신경이 쓰입니다. 아프면 일상이 힘듭니다. 늘 관리를 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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