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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채의 사유하는 삶 Oct 28. 2022

가려지지 않는 슬픔이 찾아왔을 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소중할 당신에게




좋은 배우자이자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꿈인지라 나는 종종 육아에 대해, 좋은 부모에 대해,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에 대해 고민을 하곤 한다.


너무 많은 관심과 애정이 오히려 아이에게는 부담스럽게 작용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할까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아이가 많이 행복하고 적당히 슬프며 바람직하게 상처받았으면 좋겠다.


적당한 슬픔과 바람직한 상처는 스스로에게 큰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내가 직접 보고 느껴왔으니, 내 아이도 살면서 찾아오는 아픔들을 건강하게 받아내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현시점에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육아를 하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글과 책을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글을 봤다.


오늘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고 집에 오자마자 내 무릎에 누워 울음바다가 된 둘째..한참 달래주고 쓰담쓰담 해주다가 떡볶이 해줄까 물으니 눈에 닭똥같은 눈물을 달고 그럼 좋지..한다. 조금 매운지 호호거리며 잘 먹는다. 다행이다. 떡볶이로 가려지는 슬픔이라서. 엄마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떡볶이로 가려지는 슬픔이라서.


나는 내 아이들이 속상하고 슬픈 일이 있었다며 쪼르르 달려와서 나에게 토로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지금 속상한 마음을 풀어낼 수 있도록 아이의 편에서 공감을 해주는 것일까, 나중에 비슷한 일이 생기더라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다져주는 것일까


내가 어릴 때 나의 아버지는 차라리 누굴 때리고 다닐지언정 맞고 다니지는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실제로 어디서 괴롭힘을 당하고 들어오면 정말 크게 혼이 나곤 했다. 분명 나도 내 아이가 어디서 괴롭힘을 당하고 들어오면 너무나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내 아이도 분명 속상하겠지만 나의 사랑이, 나의 생각이, 나의 육아방법이 모자라서 그렇게 된 것만 같아 내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


다만 내 아이가 그토록 소중한만큼 다른 아이는 소중하지 않으랴. 나는 차마 나의 세상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남의 세상을 무너지게 하고 싶지는 않다.


떡볶이 해줄까?라는 물음에 울음을 뚝 그치는 아이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다행이다, 떡볶이로 가려지는 슬픔이라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내 아이가 딱 내가 가려줄 수 있을 만큼만 아파했으면 좋겠다. 내 아이의 아픔은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정도였으면 좋겠다. 떡볶이만큼의 슬픔을 가졌던 내 아이가, 가려지지 않는 슬픔을 가지고 오면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슬픔을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내 슬픔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없었다. 당시 우리 집은 물이 가득 찬 유리컵 같아서, 내 몫을 조금이라도 나누면 누군가 흘러넘칠 것 같았다.


나의 슬픔은 오로지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고, 나의 괴로움을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길 바랬다. 그리고 힘들었던 시절, 부모님의 희망이었던 나마저 무너지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 컸다.


부모님께 짐보다는 힘이, 슬픔보다는 빛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이 어쩌면 나를 이렇게 키워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참 많이 아팠다. 그렇기에 조금 이기적이지만, 내 아이는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아이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늘이 한없이 넓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없어도 아이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적당히 슬프고, 건강하게 상처받으며, 슬기롭게 이겨낼 줄 알았으면,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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