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금의 부서에 계속 있을지, 지금의 병원에 계속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결혼을 한 상태이고 아기를 준비하고 있다. 아기를 낳게 되면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보내게 되는데, 육아휴직 1년을 모두 보내고 나면 원래 있던 부서로 돌아갈 수 없다. 병원 특성상 내가 비운 자리를 누군가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복귀할 당시 현재의 부서에 내 자리가 있다면 그대로 부서를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부서로 이동해야 한다. 원래 퇴사를 결심하던 상황에 이 부서에 들어왔고,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또 적응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해 병원을 옮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5년의 세월을 이 병원에서 보냈고, 누군가 대학병원에 있을 때 얻게 되는 혜택도 크다는 걸 느껴버렸기 때문에 아직 고민이 된다. 부서를 옮기면서까지 이 병원에 남아있을지,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옮길지 모르겠다. 사실 병원을 옮기는 것보단 부서를 옮기는 게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지만 겁이 많은 사람이라 새로운 부서에서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앞선다. 차라리 아예 모르는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나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고민이 머릿속을 꽉 채우지만 일단 아직은 1년 뒤의 일이니 많은 고민들을 잠깐은 내려놓으려 한다.
이렇게 당장 1년 뒤의 모습도 모르기에 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경력을 쌓겠노라 장담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전업주부가 아닌 워킹맘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거다. 자기 돈을 벌며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꽤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나 맞벌이 부부로서 함께 가정을 위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고 느낀다.
일에 중독되어 아이를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은 굉장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만, 과하지 않게 본인의 일을 유지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내 경력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가정을 지키는 일이기에 정말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맞벌이를 유지할 생각이다. 내 성격상 집에만 있는 걸 답답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복잡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가족만큼은 서로의 편을 들어주며 행복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남편과 내가 처음 그린 밑그림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함께 이쁘게 색을 칠해보고자 한다. 결국 이 그림의 완성이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모습이든 정말 아름다울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는 과정은 힘겹겠지만 그게 또 추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