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들어가기 전, 나는 일정하지 않은 교대근무로 매번 다른 근무를 선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근무의 형태는 데이(Day), 이브(Evening), 나이트(Night)로 나누어지는데, 근무마다 시간이 다르다. 병원에 따라서도 시간이 달라지는데,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경우 데이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브닝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나이트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진행된다. 근무마다 약간은 다른 일들을 시행하지만, 공통으로 하는 한 가지 일이 있다. 그건 바로 ‘환자 파악’이다. 환자 파악이란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 확인을 하는 전체적인 행위를 일컫는다. 이는 전산상 확인과 실제 확인으로 나눌 수 있겠다. 먼저 전산상 확인으로 각 환자의 인계장(환자 상태에 대한 전체적인 부분, 예를 들어 검사, 처치, 처방 등이 모두 표시되어 있으며 환자에 대해 전달해야 할 내용들을 모두 메모해 놓는 곳)에 적혀있는 내용, 오늘의 처방, 어제와 달라진 건 무엇인지, 검사 결과, 간호 기록을 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환자의 섭취량 및 배설량 확인, 수액은 어떻게 들어가고 있는지 등을 본다. 이후 직접 상태를 보며 기록과 일치하는지, 현재 에크모 세팅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추가적인 기계를 달고 있다면 그 기계의 세팅 또한 확인한다. 그리고 몸 곳곳을 살피며 이상이 있는 부위는 없는지 확인한다.
그럼, 근무마다 나의 하루를 살펴보자.
데이의 경우 첫차가 없어 차를 끌고 출근한다. 보통 6시 조금 넘어 출근하기에 일반적인 출근길에 비해 꽤 여유가 있다. 근데 그 시간엔 나밖에 출근 안 할 줄 알았는데 꽤 많은 사람이 출근한다. 그들을 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데이에서만 이루어지는 업무를 보자면, 데이는 정해진 업무가 가장 많은 편이다. 먼저 도관 및 상처 부위 소독을 진행한다. 소독을 진행하며 각 카테터(catheter, 환자에게 적용 중인 도관으로 정맥관, 동맥관, 에크모 도관 등이 있음)의 위치가 이전과 동일한 위치로 고정이 되어있는지, 삽입 부위에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후 교수님이 출근하시면 함께 전체적으로 환자에 대해 리뷰(전체적인 오늘의 검사 수치, 섭취량 배설량 확인, 추가 처치/처방 확인)한다. 이때 내가 먼저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고 있어야 교수님의 치료계획을 따라갈 수 있기에 이전에 환자 파악을 확실히 해둬야 한다. 보호자 정규 면회 시간이 되면 교수님이 각 보호자에게 설명하시는 내용을 들으며 한 번 더 치료계획을 확인한다. 기관절개술, 에크모 제거 수술 등의 수술 및 시술도 이 시간대에 주로 이루어진다.
이브닝의 경우 항상 시행하는 환자 파악 외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피검사를 진행한다. 이땐 병동에 교수님이 안 계신 경우가 많기에 더욱 긴장되는 마음으로 환자를 집중해서 보고 관찰한다.
나이트 근무 또한 밤인지라 환자 상태가 안 좋아질 경우 교수님께 전화드리기 껄끄러운 시간대라 모든 상황이 교수님이 출근하시기 전까지 안정적이길 기도한다. 해가 뜰 시간쯤 정규 피검사를 시행하고, 다음날 전체적인 진행을 위해 약, 물품, 변경해야 할 것 등 틈틈이 챙겨야 할 것들을 미리 챙겨놓는다.
이브닝과 나이트 근무의 경우 데이에 비해 훨씬 간단하지만 데이때 시행되지 않은 것이 이브닝, 나이트로 밀리기도 하기에 결국 업무의 강도는 비슷해진다.
여태 발로 뛰는 업무였다면 이번엔 행정업무이다. 간호사의 직급은 보통 평간호사, 책임간호사, 수간호사, 간호과장, 간호부장 정도로 나누어지는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행정업무가 많아진다. 나 같은 평간호사의 경우 담당 환자를 보며 간호기록 남기기, 중환자실의 경우 중환자 기록 남기기와 같이 기록 남기기가 대부분이다. 추가로 병동 내 감염관리 활동, 근거 기반 간호 활동과 같은 일을 하게 되면 이에 따른 추가 행정업무가 생긴다. 직급이 높아지면 전체적인 부서 운영, 팀 운영, 간호부 운영을 위한 행정업무가 많아진다. 하지만 나는 아직 평간호사라 정확히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어 지는지 모르겠다.
정규 업무가 아닌 그 외 업무로는 주로 응급 에크모가 있으면 에크모 기계를 끌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에크모 적응증은 초중증 대상자로 당장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망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렇기에 현장은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아주 빠르게 돌아간다.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교수님이 다른 교수 혹은 레지던트와 함께 에크모 삽입을 진행한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 시술 상황에만 집중한다. 다행히 무사히 에크모 삽입이 끝나면 이후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겨 마무리까지 진행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근무가 끝나게 되면 집에서의 루틴은 항상 같다. 눕는다. 이후 에너지가 조금 채워지면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배를 채우며, 설거지를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씻고 침대에 앉아 하루를 살펴본다. 오늘 나의 하루는 어땠는지, 지금의 상태, 스스로 돌봐줘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되돌아보았을 때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잠깐 멈춰 살펴보며 일기를 쓴다. 이 일기는 그저 나의 힘들었던 하루와 어려움들을 토해낸 배설의 결과물이 되기도 하고, 나의 하루를 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삶의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