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생각보다 뿌듯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분 대부분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일뿐더러 의식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상태가 호전되어 의식이 돌아오고, 말까지 하게 되는 걸 보면 뿌듯함을 느끼며 그때부터 환자분과 친밀감이 생긴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서로의 안녕을 빌며 환자분은 병동에 올라간다. 이럴 때면 내가 담당했던 분이 완전히 나아 퇴원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렇지만 이게 중환자실인 걸 어쩌겠는가. 가장 안 좋은 순간 환자 본인은 모르게 여러 손길을 통해 회복되는 곳, 그게 중환자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와중에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특별히 에크모 팀에 들어오며 느낄 수 있게 된 특권이라고나 할까. 에크모팀의 경우 심장이식, 폐 이식을 시행하신 분을 입원한 시점부터 퇴원하는 순간까지 함께하며 관리한다. 대부분 에크모를 시행하며 경과 관찰을 하던 중 도저히 장기 스스로 회복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식을 대기하는 시간 동안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로 계신 분이 대부분이지만 몇몇 분은 의식이 또렷한 경우도 있다.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고 계시고, 양치 정도의 자기관리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처음 에크모를 시행하고 한동안은 지금 본인의 상태가 괜찮아 보이기에 금방 회복될 거라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회복이 되지 않아 이식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씀드리게 되면 큰 우울감을 느끼며 모든 치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 달여 정도 그분들을 설득하고 응원하며 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공여자(이식할 장기를 공여해 주시는 분)가 나타나 이식을 진행하게 된다. 이제부터 진정한 시작이다. 몸이 새로운 장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아주 섬세한 처치처방으로 적응을 돕는다. 환자분이 어느 정도 적응하여 초기 위기를 넘기면 이때부터 재활을 시작한다.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걸을 정도의 상태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앉는 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이것도 한 달여 시간이 걸린다.
단순 치료 외 환자분의 회복을 위해 이 일, 저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길의 끝에 정말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며 퇴원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간호하고 재활을 돕는다.
이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힘든 이식 환자를 보는 일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닐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