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렸다.
뻐근한 목을 돌리자 뚝, 소리가 났다.
벌써 금요일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
휴대폰을 들어 SNS를 켰다. 온통 맛집 탐방, 명품 자랑 영상이 가득했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팍팍한 월급으론 어림도 없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야! 너 또 늦잠 잤지?"
엄마의 잔소리가 칼같이 방문을 뚫고 들어왔다.
"아, 알았다고!" 대충 대답하고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대충 세수하고 어제 입었던 티셔츠를 다시 주워 입었다.
딱히 뭘 신경 쓸 기운도 없었다.
대충 꾸역꾸역 시리얼을 입에 털어 넣고 집을 나섰다.
꿉꿉한 여름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지하철은 언제나 지옥이었다.
사람들에 떠밀려 겨우 몸을 싣고는 멍하니 창밖을 봤다.
빌딩 숲은 빽빽했고 사람들은 모두 지쳐 보였다.
나만 이런가? 다들 괜찮은 척하는 건가?
문득 옆에 서 있는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반짝이는 명품 가방, 완벽한 메이크업.
저 사람은 무슨 고민을 할까? 나랑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았다.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탔다.
달콤씁쓸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메일함에는 읽지도 않은 메일들이 쌓여 있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업무가 시작됐다.
팀장님은 또 뭘 그렇게 급하게 찾는지 여기저기 서랍을 뒤지고,
옆자리 김 대리는 아침부터 신경질적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시끄러운 키보드 소리, 전화벨 소리, 웅성거리는 사람들. 머리가 지끈거렸다.
퇴근하고 싶다. 간절하게.
점심시간, 혼자 회사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김밥 한 줄을 사들고 벤치에 앉았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렸다.
새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을 한입 베어 물었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벤치에 등을 기댔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씩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이, 거기! 혼자 왔어요?"
누군가 말을 걸었다.
옆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였다.
인자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네, 혼자요."
"외롭지 않아?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할머니는 빙긋 웃으셨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젊었을 때 이야기도 해주시고, 사는 게 다 그렇다고 위로도 해주셨다.
별거 아닌 이야기들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됐다.
할머니와 헤어지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길,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너무 많은 것들에 갇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 마음을 흔드는 수많은 것들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 저녁, 퇴근 후 헬스장에 갔다.
오랜만에 땀을 흘리니 개운했다.
런닝머신 위에서 뛰면서 생각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뭐지?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까?
거창한 답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면 되는 거였다.
옷이나 밥을 간소하게 먹어도 괜찮았다.
남들 시선 의식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게 중요했다.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창문을 활짝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어제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옷을 입었다.
길을 걷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카페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했다.
모두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 속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문득,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업무는 많았고, 사람들은 시끄러웠다.
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달랐다. 나에게 집중했다.
점심시간엔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별거 아닌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했다.
퇴근 후에는 집으로 바로 가지 않았다.
서점에 들러 책을 구경하고,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독립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일상속에는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걱정은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에 너무 휩쓸리지 않고, 내일 일을 걱정하기보다 오늘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소박한 행복을 즐기기로.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가끔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는 있다.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끊임없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작은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
사는 것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철학자에게 맡기고 나는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