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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에너지 옥랑 Oct 13. 2022

양양에 왜 귀촌했니?

맨땅에 헤딩하는 귀촌 라이프


3년 전, 유난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사실  나는 예민맘 이었다. 지금은 열두 살 인 큰아이가 네 살 때부터 미세먼지와 방사능을 신경 쓰고 살았다. 우연히 알게 된 미세먼지와 방사능은 내게 큰 두려움이었다. 미세먼지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그때부터 나는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했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서 유치원에 보냈다. 간혹 '나쁨' 수치를 보였던  미세먼지는 아이가 6~7살이 되면서 급격히 나빠지더니 학교에 들어간 후로 좋은 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집에는 항상 공기청정기를 돌렸고 아이들은 외출할 수 있는 날이 드물었다. 미세먼지 앱에는 자주 방독면 그림의  ‘최악’안내가 떴는데  아이들은 콧물을 달고 살았고 기관지염으로 병원을 자주 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나 싶은 시절이었다.




그 시점에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신 후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했고  삶에 있어서  양보다 질적인 면을 추구하려고 노력했을 즈음이었다.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빠 덕분에  어린 시절의 나는 여름방학이면 깊숙한 시골 계곡이나 바다에  텐트를 치고 며칠씩 지내곤 했다. 유년시절의 그런 기억은 나의 마음 한켠 깊숙이 자리 잡았고 도시 토박이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시골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내게  “미세먼지”라는 존재는 귀촌을 실행에 옮기게 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공기가 가장 좋은 지역을 찾았다. 태백산맥을 끼고 바다가 있는 지역, 강원도 영동 지역이 공기가 가장 깨끗했고 미세먼지가 높은 날도 금방 해소가 되었다. 여기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신랑한테 슬쩍 말을 꺼냈다. 반대를 할 줄 알았던 신랑은 예상외로 흔쾌히 “YES!!”를 외쳤고 함께 살고 계시던 친정엄마도 “그래! 시골 가서 살아보자!” 하셨다.

이제 가족들도 동의했으니 귀촌지를 좀 더 신중한 마음으로 알아봤다. 영동지역이 가장 깨끗하니 강릉, 속초, 고성, 양양 중에 귀촌지를 물색했다. 사실 이쪽 지역들은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정보도 별로 없었다. 나에게는 ‘공기가 깨끗하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었다.

양양이 서핑으로 뜨고 있던 지역이었던 것도 귀촌 후에 알았다. 강릉은 화력발전소, 속초는 식수문제가 있었고, 고성은 너무 시골이라  할 일이 없을 것  없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  일단 양양을 가보기로 결정했다.(와서 보니 고성이나 양양이나 비슷비슷했다)

 양양고속도로가 뚫려서 서울과 양양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2박을 해야 했기에 5명이 지내기 좋은 숙소를 예약했고, 그때 묵었던 동네가  바로 우리 가족이 둥지를 틀게 된 북분리였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마을 북분리.

구옥과 새로 지은 전원주택들의 조화가 은근히 잘 어울리고,

예쁜 나무와 꽃들이 많은,

자연과 함께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느낄 수 있는,

내가 원하던 시골생활에 꼭 맞을 것 같았던 그런 동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양양 북분리에서 4년째 귀촌생활을 하고 있다. 연고가 없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귀촌 라이프! 온몸으로 부딪히는 귀촌생활은 생각보다 힘들고 아플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삶의 과정들 속에서 나는 성숙하고 여문다. 이제는 나의 삶에 좋은 향기가 나길 바란다.

시골로 이사 오면서 나의 예민한 성향과 기질에도 작별을 고했다. 물론 여기도  공기가 나쁠 때가 있지만 그런 날도 문을 활짝 열고 지내고 있고, 우리 집 최고급 전자제품이었던 공기청정기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핸드폰 정중앙에 자리 잡았던 미세먼지 앱은 언제 삭제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귀촌 전에는 일본 방사능으로  생선을  먹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먹일 상황이 생기면 편한 마음으로 먹인다.(하지만 최근에 일본이 방사능 폐수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으니 정말 먹을 수 없을 날이 온 것 같다.)



물질적인 것을 떠나, 우리 가족의 삶의 질은 많이 올라갔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나하나 신경 쓰며 살던 과거와 많은 것을  내려놓고 편히 사는 현재. 어떤 게 좋고 나쁜지를 떠나 내가 한 삶의 선택에 있어서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고 시간은 흐른다.

이제까지 아무 일 없이 온 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잘  살고 있음에 문득 감사함을 느끼는 오늘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함께 하고 있는 나의 동반자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는 오늘이다.




#귀촌#양양#귀촌라이프#귀촌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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