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에너지 옥랑 Oct 14. 2022

설마! 진짜 맨땅에 헤딩한 거야?

맨땅에 헤딩하는 귀촌 라이프


모두가 의아해했다. 주위 어르신들은 다 이해가 안 간다는 눈초리로 우리를 쳐다봤다. 시골에서 "뭐해 먹고살래"부터 시작해 "돈이고 사람이고 다 서울로 모이는데 왜 시골로 들어가서 살려고 하냐"까지 다시 생각해 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삶을 실패로 여기는 분들도 계셨다. 또래 지인들은 우리의 결심을 응원해주면서도 ‘설마.. 진짜.. 갈까…”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한 말처럼, 운영하고 있던 가게와 살고 있던 집을 내놓았다. 당시 경기가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내고  들어왔던 권리금을 받을 수 있었고, 가게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도 순차적으로 매매가 되었다.

그렇게  삶의 터전이었던 모든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양양으로  집만을 구해 이사를 왔다.



두려움보다는 무엇을 해서라도 먹고 살 자신감이 더 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양양에서도 우리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누구나 도시나 서울로 가서 사는데 왜 일부러 시골에 들어와서 사느냐..부터 시작해 뭔가 잘못해서 도망 온건 아닌지,정상인 사람들은 맞는지,참으로 다양한 시선들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사 올 당시 우리가 이 마을 제일 젊은 부부였다.

자신감 하나로 선택한 귀촌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시골 생활의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생활은 당장 현실로 다가왔다.

‘무엇을 해서라도 먹고살건 있을 거야. 가서 부딪혀보자!’라고 생각했던  무모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귀촌이었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은 고난과 가시밭길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숲.

에메랄드빛 아름다운 바다.

맑고 맑은 뭉게구름이 떠있는 하늘.

아침마다 지저귀는 평화로운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그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




눈앞에 펼쳐진 것은 꿈같은 이상적인 풍경이었지만, 이런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고 경제활동이 당장 필요했다.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일’을 찾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회사가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월급이 너무 낮았다. 어디서든 먹고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양양 살이였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했다. 특히, 가장의 역할을 짊어지고 있던 신랑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져 갔다. 나와 신랑, 각자가 느끼는 현실감의 괴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때였던 것 같다. 우리가 의견 차이로 다투기 시작했고 헤쳐나가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낀 것이. 밤마다 앱을 통해 구인구직을 알아보고, 농사짓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농업기술센터도 방문해보고,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던 식당을 해볼까.. 하는 요량으로 부동산을 돌며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도 했다.

나는 아이들 학교 급식실에서 아르바이트하고  한의원에서 일하며 이곳에서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신랑도 몇 군데 직장을 거치며, 여기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도전하며 상처도 경험했다. 삶의 터전인 곳을 떠나 연고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세 아이와 함께 꾸려나가야 하는  삶.

그 길은 우리가 바라던 아름다운 꽃길만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귀촌 첫해, 양양 탐색의 시간을 거쳐

귀촌 둘째 해, 도전을 시작했다.

귀촌 후 서핑에 깊이 빠져들었던 신랑은 서핑과 관련된 자기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어 했다.

양양이 서핑의 성지로 떠오르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던 때였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돈도 벌어보자!’라는 생각으로 큰 포부를 가진 신랑은 서핑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핑 강습받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양양의 다른 바다와는 달리 우리 마을에는 서핑샵이 없었다.

그러기에 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신랑은 임대로 들어간 상가에서 몇 달 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오픈을 준비했다. 모든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무렵, 왜 북분리에서 서핑을 안 하는지 아니, 못하는지 알게 되었다.

시골 마을들은 바다를 사용하여 수익을 내는 일과 관련해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일들이 많다. 이런 일들의 연장선에서 우리 마을은 서핑을 못하게 하는 바다였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서핑샵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결국 신랑은 우리 마을 바다를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마을 바다에서 서핑 강습을 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임대로 들어갔던 건물주와 얽히면서 우리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해 여름이 지나고 우리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모든 열정, 시간, 돈을 쏟아부었던 서핑 샵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의 안위를 위해  그 건물에서 나왔다.

귀촌 후 바로 그때가, 아니, 내 인생을 통틀어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원망과 깊은 슬픔으로 얼룩진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던 그때,

문득 깨달았다.

그 일을 자초한 건 우리였음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선택한 건 우리였음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듯, 편안하고 자유로운 마음이었다.

그해 가을, 신랑은 마을에서 운영하던 캠핑장에서 관리인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같은 해 겨울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관공공사 소속  관광두레 PD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귀촌 전 근무했던 직장에서의 마케팅 업무 경력과 관광두레 PD 경력으로 현재는 양양에서 중간관리지원 조직에 속해 있으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서핑을 못했던 우리 마을도  서핑 강습을 할 수 있도록 바다를 열어줘서 조용히 서핑 강습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기에 마을에서 힘쓰는 일이 있으면 신랑은 적극적으로 가서 함께 했고 마을일에 항상 참여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바다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조용한 바다를 원하셨기에 강습인원도 최대한 소규모로 모집했고 광고도 없이 시작했다.

바다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신랑이 서핑샵을 오픈했을 무렵 , 바쁜 신랑 대신 내가  아이들을 도맡아야 했기에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우리 집의 최대 매력인 아름다운 경치와 독립적인 공간을 장점삼아 민박을 시작했다.

 내가 이 공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곳의 분위기와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좁은 시골길이  걱정 되었지만 그 길을 지나와야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사람들에게 반전의 기쁨을 선사했다. 이 공간만이 줄 수 있는 느낌과 편안함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한해,한해 양양에 살다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일에만 안주할 수 없기에 아직도 미래의 일을 고민하기도 하지만 매년 우리의 삶은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나아지고 있다.

이곳에서의 새롭고 특별한 삶을 통해 사람다운 한 인격체로 성장하며 일상을 감사함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곳에서의 삶을 통해 사람다운 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며 일상을 감사함으로 담아내고 있다. 인내한 과거의 시간이 있기에 지금의 이 시간이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 될 것을 안다.



이봉희 선생님의 ‘내 마음을 만지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름답다는 것은 공간적으로 어떻게 생겼느냐가 그 기준에 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어떤 아름다운 판단을 내리고, 어떤 아름다운 결정을 해서, 어떻게 아름답게 행동에 옮기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럴 경우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됩니다.(중략) 우리말 중 ‘아름답다’는 말은 ‘자기 존재답다’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이 외적인 꾸미기와 가꾸기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나를 찾는 쉼 없는 여정이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자기 존재 답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은 공허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성공해도 어딘가 빈 것처럼 공허한 이유는 자기 다운 모습에서 소외된 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삶을 아름다움으로 물들여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싶다. 그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양양에서의 삶. 그 길에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지혜로움을  구하며 쉼 없는 여정을 꿋꿋하게 항해하고 싶다.



#귀촌에세이#양양#에세이#귀촌라이프


이전 01화 양양에 왜 귀촌했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