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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에너지 옥랑 Oct 13. 2022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그대, 양양살이 최고 수혜자

아무리 서핑이 좋다 해도 연락 좀 하자!


“안녕하세요~00 서핑 샵이지요? 이름은 000이고, 키는 00 정도이고 ~~ 이렇게 생겼는데, 혹시 거기 왔다 갔나요? 아니면 아직 있나요? 아침에 나가서 지금 저녁인데 연락이 안 돼서요…"

“잠시만요~~ 아!! 저기 바다에 아직 있네요!”

“네? 깜깜한데 아직도 바다에 있어요? 알겠습니다~”

“네. 이제 어두워서 못 타요. 곧 나올 거예요."


서핑을 한다고 아침에 나간 사람이 깜깜한 밤이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핸드폰도 꺼져있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아침만 먹고 나간 사람이 점심도 안 먹고 깜깜한 밤이 되도록 그렇게 서핑을 타다니…

한숨이 푹 나왔다. 서핑 타러 나갔다가 연락이 없으면 걱정되니 늦을 것 같으면 제발 문자 한 통이라도 남기라고 했다. 신랑은 그렇게 서핑에 푹 빠져들었다.


양양으로 귀촌 후 양양이 서핑으로 뜨고 있는 지역임을 알았다.

‘양양에 사는데 서핑도 함 해봐야지? ‘라는 맘으로 근처 서핑샵에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을 했다. 사실 나는 첫 클래스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신랑은 매력을 느끼는 듯했다.

이후, 신랑은 2회 정도 강습을 더 받고 종종 서핑을 하러 바다로 나갔다. 그 해 겨울, 겨울 서핑을 위한 장비를 마련해 3개월짜리 레벨 업 교육 커리큘럼을 등록했다. 가만히 있어도 추운 날씨 일주일 3번을 바다로 나갔다. 갔다 오면 코와 귀까지 빨개져 있고 춥다고 덜덜 떨며 콧물이 줄줄 나기도 했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바다로 나가곤 했다.


서핑보드에 앉아 파도를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 근심들이 자연 앞에 아무것도 아님을 느낀다고 했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한없이 겸손해진다고 했다.

그가 서핑에 빠지면 빠질수록 나는 힘들었지만 마음의 평온함을 찾아서 일까? 조금씩 유해지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취미를 지지하자고 생각한 나는 마음 넓은 아내인 척했지만, 사실 심술이 나기도 했다.

그가 서핑을 하는 주말이면 모든 집안 일과 육아는 나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행히 중간지점을 찾았다)




서핑에 대한 내 마음은 배려와 심술 사이에서 줄을 타고 왔다 갔다 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랑의 서핑 사랑은 한없이 깊어만 갔다.

아침에 일어나 그날의 파도를 확인하고 파도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파도를 즐기러 바다에 나갔다. 그렇게 서핑을 사랑한 신랑은 서핑을 타다가 보드에 부딪혀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하고, 랜드 보드를 타다가 발가락뼈가 부러져 통깁스를 하고 몇 달을 지내기도 했다.


수시로 여기저기 다쳐오기 일쑤지만 그는, 여전히 서핑을 하러 바다에 나간다.

보드 위에 앉아 파도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그.

파도를 잡기 위해 몇 시간이고 바다에 둥둥 떠있기도 하고, 하염없이 수평선을 바라보기도 한다. 파도를 많이 탄다고 좋은 게 아니라 비록 1~2개의 파도를 타도 좋은 파도를 타면 그날 서핑은 만족스럽다 했다.

파도 위에서 머릿속에 그리는 기술을 몸으로 구현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굉장히 크다.

그는 파도 위에서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내 눈엔 다 똑같아 보이는 파도인데 그는 파도가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말했다.

성난 파도, 얌전한 파도, 깨지는 파도, 펀 파도, 강습하기 좋은 파도..


어쩌다 간혹, 약한 파도가 있는 날이면 나는 신랑을 따라나서기도 한다.

보드 위에서 파도를 본다. 파도가 오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몸을 재빠르게 돌려 패들링(팔젓기) 하면서 파도 위에 몸이 실렸음을 느꼈을 때의 기분이란!!

보드 위에 서서 파도를 타지 않아도,

상체만 들어 작은 파도에 몸을 실어 밀려만가도,

파도를 타는 게 어떤 기분인지 맛볼 수 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정말 시원하고 짜릿하고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했다.

초보인 내가 이럴진대, 그는 오죽할까!




최근의 일이다.

토요일 낮 신랑의 서핑 강습이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강습 끝나고 집에 왔겠지’라는 생각에 신랑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있었다.

날이 깜깜해지니 ‘곧 있으면 집에 들어오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마음은 서서히 걱정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전화기는 계속 꺼져있고 혹시 사고가 난 건 아닌지 별생각이 다 들었다. 일단, 강습을 했던 해변으로 갔다.


공용주차장에 떡하니 있는 신랑의 차.

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니….. 비가 오고 파도도 높은 데다 바다에서 서핑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쿵쾅 요동치기 시작했다. 해변 앞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었다.

마침, 캠핑장에 있던 지인에게 혹시나 신랑의 행적을 알까 싶어 전화를 했더니 실종 신고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진짜 서핑 타다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간 게 아닐까..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일단 캠핑장을 한번 돌아보자 싶어 마음 졸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쯤 다다랐을까…

캠핑장 사무실 앞에서 그가 이장님과 편안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 진짜!!!!! 제발 연락을 하라니까!!! 실종된 지 알고 찾으러 다녔잖아!!! 아이 진짜~!! 파도가 높아서 떠내려간 줄 알았어!! 연락을 해야지 연락을!!! 어쩌고 저쩌고~~”

씩 웃으며 그가 말한다.

“미안해~강습 마치고 집에 가다가 이장님을 만났는데 컴퓨터로 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해서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됐네.. 연락하려고 했는데 전화기도 꺼지고..”


아무 일도 없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지만, 화도 났다. 연락 한 통만 해줬음 이렇게까지 걱정하지 않고 찾으러 다니지도 않았을 텐데.. 미안하다고 순순히 말하는 사람한테 더 이상 뭐라 할 수도 없고 나중에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하나는 꼭 하기로 했다.

서핑하다가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연락하기!!!




울리히 슈나벨의 “휴식”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어린아이처럼 바로 지금 하고 있는 행위에 몰입함으로써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행복감을 flow라고 한다. 인간은 플로우를 체험할 때 더욱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 행복은 돈이나 물질적 소유를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체험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라고


그는 진정한 folw를 느끼고 있었다.

세상을 살면서 flow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텐데, 나는 생각한다.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이쯤 되면 그도 인정하지 않을까?

양양살이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당신이라고!

그는 아니라고 말할게 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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