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호기심을 유발한다. 처음 입학한 학교, 처음 맞이한 사람들, 처음 친해진 친구, 처음 생긴 연인, 처음 해보는 경험. 다가오는 처음은 하나하나씩 내 안에 쌓여 경험치가 된다. 그리고 나는 성장한다. 하지만 처음은 그에 수복하는 성장통을 내게 안겨준다.
처음 따돌림이라는 것을 당했고, 나는 이유 모를 상처를 받았다. 처음 사람에게 아픔을 겪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나를 숨기는 것뿐이었다. 학창 시절 동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숨어 다니고, 구태여 대화하지 않으려 입을 다물었고, 조퇴를 일삼으며 내 존재를 희미하게 만들어갔다.
처음 20살이 되었다. 성인이라는 설렘을 따라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20살이라는 이유, 경력자가 아니라는 이유와 거절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려 하는 언니의 소개로 겨우 일을 얻어낼 수 있었다.
처음 취업에 성공했다. 글과 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인정받아 입사하고 싶었던 출판사에 들어갔다. 원고의 맞춤법을 고치는 게 내게 주어질 업무의 전부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이리저리에서 다양하게 몰아치는 업무에 교정지를 고쳐내는 데에만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고, 질문 하나에 쏟아질 질책이 두려워 홀로 낑낑거리며 주어진 일을 근근이 해냈다. 아니, 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왜 물어보며 하지 않았냐는 독이 서린 질문과 채찍처럼 따끔한 피드백, 눈물을 참으려다 찡해져 버린 콧잔등이었다. 처음 입장한 사회라는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다음으로 가는 길을 끝도 없이 헤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섰고, 처음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수많은 처음 덕에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했고,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눈가를 훔치고 땀방울을 닦아내며 처음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과거의 우리들처럼.
과거의 모두가 처음을 살았듯, 모두가 걸었던 길을 걸어오는 중인 사람에게 한 번쯤은 각박한 장애물보다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