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아 왜 이렇게 귀여워
-아 진짜 겁나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 너머 미소 짓고 있을 너의 모습을 상상하던 내 얼굴에도 미소가 흠뻑 물들었다. 자음 하나가, 그 자음으로 만들어진 한 줄이, 여러 개의 줄이 길어지고 길어질 때마다 보조개가 깊게 파고 들어갔다. 그런 평범하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휴대폰 밖에서 너를 만났을 때에도, 너는 내게 다양한 미소와 소리로 웃음을 표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내 볼을 살짝 꼬집거나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배시시 웃었고, 함께 느끼지 못해 아쉬웠던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줄 때면 와아, 하는 탄성과 함께 씨익 미소를 지었고, TV에서 우연히 본 개그 프로그램을 따라 했을 때는 마치 나만의 관객이 된 듯 와하하, 하고 크게 웃어주었다.
조금이라도 너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 점심을 굶었다가, 눈앞에 놓인 저녁 식사를 정신줄 놓은 채 와구와구 먹었다. 흠칫, 하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네가 날 욕심쟁이라고 생각할까 봐, 돼지라고 흉볼까 봐 걱정하며 슬쩍 시선을 너에게로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너는 포크로 허공을 휘저으며 나를 향해 반달웃음을 짓고 있었다. 조심스레 왜 그러냐고 물어보자, 너는 내 걱정과는 달리 아주 예쁘게 대답해 주었다.
"잘 먹으니까, 보기 좋아서. 귀엽기도 하고."
너의 말에 볼이 빨개졌을까 봐, 그 모습을 숨기기 위해 나는 다시 고개를 접시에 박고 밥을 깨작깨작 먹었다. 식사를 끝낸 뒤, 너는 손수 내 입가를 휴지로 정성스레 닦아주고는 뿌듯한 미소를 한 번 지어 보였다.
내게 한없이 좋은 기분을 선사하던, 그런 너였다.
-ㅋㅋ아 진짜?
-나 피곤하다. 먼저 잘게.
그랬던 너는 언젠가부터 내 메시지도 잘 봐주지 않고, 구태여 길게 말을 이어가지도 않았다. 키읔, 그 자음 하나의 숫자도 네가 내게 주는 관심의 양만큼 점점, 한없이 줄어들었다. 굳이 찾아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화면 너머에 있을 너의 공허한 눈동자가. 나와의 메신저보다 흥밋거리와 유흥이 가득한 다른 세상에 진득한 관심을 표하고 있는 네가.
"아, 어제 야근하고 늦게 잤더니 좀 피곤하네. 오늘은 일찍 들어갈까?"
새벽 내내 들어와 있는 초록불을 애써 못 본 척했던 내게, 너는 어이없을 만큼 당당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해왔다. 내 마음속에는 적신호가 앵앵 울리고 있었다. 너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른 채, 휴대폰 화면과 창 밖 너머를 번갈아 바라보기만 했다. 더 이상 내게 웃어주지도, 미소 지어 주지도 않았다. 내 말에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소리를 크게 내며 포크를 놓아버려도 너는 자신의 허기를 채우느라 바빴다.
키읔, 그 단순한 자음 하나에, 너의 미소와 작은 관심 하나에, 내 마음은 덜컹 소리를 내며 한없이 들어 올려졌다. 지금 너의 무관심과 무심함은 나를 절벽 저 밑바닥으로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