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 목 굽었던 이봉주가 털어놓은 병의 정체

몸보다 마음이 무너졌던 시간… 이봉주의 4년

by 헬스코어데일리

6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산책이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평범한 활동이 한때 마라톤 국가대표였던 이봉주에겐 간절한 희망이었다. 등과 목이 굽고, 심한 근육 수축으로 스스로 걷기도 어려웠던 그는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42.195km를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던 마라토너는 100m도 스스로 걷기 어려운 상태까지 갔다. 그렇게 4년, 이봉주는 다시 러닝화를 신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N ‘뛰어야 산다’에서 이봉주의 근황이 공개됐다. 화면 속 그는 등을 곧게 세우고, 다시 뛸 수 있을 만큼 회복한 모습이었다. 2020년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생소한 병을 진단받고 투병해온 그는 그동안 병원 치료와 재활을 반복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당시 목이 90도 가까이 꺾였고, 복부와 허리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며 자세 전체가 틀어졌다. 잠을 똑바로 자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는 “약을 먹지 않으면 잠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팡이 짚고 걷던 이봉주, 병명조차 알 수 없었다

315_763_3015.jpg 이봉주 병 자료사진. / MBN '뛰어야 산다'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도 병명을 알 수 없었다. 유명 병원을 여러 군데 돌았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오랜 시간 원인 불명의 통증과 경련에 시달려야 했다. 그가 받은 진단명 ‘근육긴장이상증’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병명을 알게 된 후에도 완치가 어렵다는 사실은 절망감으로 이어졌다. 이봉주는 “100m만이라도 스스로 걷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마라톤을 은퇴한 후에도 활발히 활동했던 그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활동을 접고 오랜 투병에 들어갔다. 등이 심하게 굽은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일상적인 생활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였기에, 다시 달린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315_765_3032.jpg 이봉주 병 자료사진. / MBN '뛰어야 산다'

이봉주는 2022년 '심부 뇌 자극술'(DBS)을 받았다. 이 수술은 뇌에 전극을 삽입해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식으로, 근육의 비정상적인 수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수술 이후에도 그는 꾸준한 재활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회복에 집중했다. 물리치료로 몸의 균형을 되찾고, 약물로 근육 긴장을 조절하며 상태를 관리했다. 반복적인 통증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이봉주

315_764_3024.jpg 이봉주 병 자료사진. / MBN '뛰어야 산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는 70~80% 정도 회복된 상태다. 걷기조차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방송에선 직접 러닝을 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를 지켜보던 지인은 “불치병이라고 들었는데 다시 달릴 줄은 몰랐다. 진정한 인간 승리”라고 말했다.


그가 앓았던 근육긴장이상증은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특정 근육이 의도와 관계없이 수축해 신체가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나 자세를 취하게 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눈꺼풀이 떨리거나 말할 때 목이 조이는 등 미세한 증상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전신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몸이 비틀리는 사경 증상, 손이 꼬이는 현상도 대표적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질환은 유전적 요인, 뇌손상 같은 후천적 원인, 또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으로 나뉜다. 유전적 원인의 경우 특정 유전자 변이가 관련돼 있다. 후천적 요인으로는 뇌 외상, 감염, 약물 부작용 등이 있다. 이봉주의 경우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치료는 주로 약물, 주사, 수술, 재활로 이뤄진다. 약물 치료는 항콜린제나 도파민 조절제, 근육이완제를 사용해 증상을 조절한다. 국소적으로 보톡스를 주사하면 과도한 근육 긴장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효과는 약 3개월간 유지된다. 이와 함께 신체 균형을 회복하는 재활치료가 병행된다.


심부 뇌 자극술은 수술을 통해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전기 신호로 이상 운동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뇌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부위를 자극해, 경련과 뒤틀림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시술 전후 정밀한 평가와 꾸준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이봉주는 이 수술을 받은 이후 상태가 빠르게 호전됐고, 재활을 통해 몸의 유연성과 균형을 되찾았다.


이제 그는 다시 달릴 수 있게 됐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는 말처럼, 그는 병과 싸우는 지난 시간을 하나의 레이스로 받아들였고 끝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현재 그는 병을 이겨낸 경험을 토대로 다른 환자에게 용기를 전하고 있다. 방송에서 그는 “이 병도 견딜 수 있고, 나을 수 있다”며 “나처럼 절망했던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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