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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Jul 03. 2024

장마

열네 번째

비가 개고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나는 이불을 개고


일찍 외출한 너는 한옥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늦잠을 자고 일어난 나와  식당에서 성호를 긋고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너의 방에서는 빛이 새고

밤새 프랑시스 잠을 읽는 너의 방에서도 날이 새고


나는 아침을 차리겠다며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너는 블론디를 들으며 시가를 피우고


아침을 먹고 나는 손수 커피를 갈고

너는 턴테이블 위에 놓인 LP판을 갈고


오늘도 어제처럼 비가 내리고

나는 너의 노르웨이 여행을 들으며 커피를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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