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_블랙스톤 코브 레이크 30L 배낭 (YU0362)
(주문일: 2022년 05월 29일)
여행 다닐 때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게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해외여행이나 장기 여행을 가게 된 경우라면 캐리어를 사용하겠지만, 국내 여행이나 단기 여행에서는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게 편하다. 예전에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 내가 진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나서도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여행 간다는 걸 자연스럽게 자랑할 수 있어서라도 좋아했다. 하지만 캐리어를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건, 내가 여행자가 된 게 아니라 캐리어가 모시고 다니는 짐꾼인 것 같다. 게다가 한 사람의 짐꾼으로서 캐리어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온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게 내 몸 하나 움직이는 것보다 더 힘들다.
특히 캐리어 끌고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캐리어가 짐짝처럼 느껴진다. 나의 볼일도 급하지만, 잠시 캐리어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게 더 시급하다. 그렇게 화장실 빈 공간에 캐리어를 세워두고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가는데, 내가 화장실 칸 안에 있는 동안 누군가 내 캐리어를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여 마음 편히 볼일을 볼 수 없다. 타인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지 않는 대한민국이라지만, 그러한 타인의 범위에서 벗어난 사람이 나일 것만 같아서 캐리어와 떨어져 있는 짧은 시간에도 분실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그런데 예전에 서울역 여자 화장실에서 젊은 여성분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는 걸 봤는데, 캐리어 분실에 대한 불안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닌 것 같더라.
3년 전 강릉으로 2박 3일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이번 여행은 캐리어가 아닌 배낭을 메고 가고 싶어서 급하게 ‘컬럼비아’ 브랜드의 <블랙스톤 코브 레이크 30L 배낭>을 구매했다. 어떤 배낭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지만 대략 30L 정도의 크기면 여행에 필요한 짐이 충분히 들어갈 것 같았고, 가슴 벨트와 허리 벨트가 있어서 가방을 오래 메고 돌아다녀도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덜 갈 것 같았고, 방수커버가 있어서 비가 와도 짐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 같았고, 이전에 캐주얼 배낭에 짐을 무겁게 넣고 다녔다가 어깨끈이 버티지 못하고 끊어지는 불상사를 여러 번 경험했는데 아웃도어 배낭의 두꺼운 어깨끈은 그런 불상사를 나에게 안겨주지 않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동안 아웃도어 배낭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물건인 줄 알고 관심이 없었는데, 여행을 위해서는 기능성 배낭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아웃도어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나자, 캐리어를 위한 짐꾼이 아니라 비로소 자유로운 두 손과 두 발만을 가진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화장실에 갈 때도 가방 분실에 대해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짐 선반에 배낭을 놓을 때도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아서도 좋았고,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부터 놓지 않고 다른 관광지에 들렀다가 가도 되었고, 숙소에서 체크아웃하더라도 짐 보관에 대한 걱정 없이 배낭을 메고 다니면 되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대만족할 수밖에 없는 여행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30L 등산 배낭 안에 생각보다 많은 짐을 넣을 수 없다는 거였다. 냉철한 판단으로 정말 필요한 것만 추려야 했는데, 나는 혹시 모를 수많은 상황에서 필요할지도 모를 물건들을 챙겨 다니는 보부상이라 짐을 줄이는 게 쉽지 않았다. 짐을 쌀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2박 3일 떠나는 것뿐인데도 인간에겐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행 당일 집 문밖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배낭에서 물건을 뺐다가 넣었다가를 반복하며 ‘여행 물품 서바이벌 오디션’을 펼쳐야 했다.
나의 과한 준비성을 담기에는 30L 배낭은 부족한 용량이었지만, 확실히 캐리어보다는 아웃도어 배낭이 나의 여행 성향과는 잘 맞았다. 아웃도어 배낭 덕분에 나는 더 많은 곳에 가고, 더 많은 것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었으니까.
강릉 여행을 <블랙스톤 코브 레이크 30L 배낭>과 함께 잘 다녀온 뒤로 다른 국내 여행도 이 아웃도어 배낭과 함께 다니고 있다. 기대 이상으로 잘 사용하고 있어서 본전을 뽑고도 남을 것 같다. 나는 지독한 집순이라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젠 튼튼한 아웃도어 배낭과 함께라면 기꺼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배낭여행에 재미를 붙인 뒤로 해외여행과 장기 여행도 배낭을 메고 가고 싶어서 30L보단 크고 40L보다는 작은 용량의 아웃도어 배낭을 찾고 있다(기내 반입이 가능한 사이즈의 배낭을 찾습니다). 당장 갈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일단 구매해 두면 사용하고 싶어서라도 어디론가 떠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