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신학교를 중퇴했다는 친구의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았었는데 성당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주일학교 교사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자기 반 율동을 가르칠 보조교사로 나를 적극 추천했고 자연스레 그의 보조 교사가 되었다. 내심,그가 나를 선택해 주어 기분이 좋았다.
주일학교에서 꼭 필요한 선생님 역할이 성가에 맞춰 율동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난 그의 추천대로 율동을 담당했다.어린이 성가에 맞춰 따라 하는 그의 어설픈 동작을 보며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웃음을 참느라 진땀이 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곧 잘 따라 하는 뻣뻣한 동작이 때때로 귀여웠다.
어린아이처럼 장난기가 많은 그에게 "신학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죠!"
한때 신학생님이던 그를 가끔 놀리기도 하며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그러다가 주일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인 여름성경학교가 다가왔다.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함께준비하며보내는 시간이많다보니 그때쯤 우리는 부쩍친해져 있었다.
그 후로 대학 4학년까지 4년을 함께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다.
되돌아보면, 신앙 안에서 그와 함께 보낸시간이 정말 큰 축복이었던 것 같다.
수정이는 내가 구해 줄게
성당 청년부 수련회에 갔을 때였다.
우리는 계곡에 텐트를 치고 야영했는데 그날 밤 비가 오기 시작했다. 대비책을 세우느라 모두 분주해졌고, 남자들은 텐트 옆으로 물길을만들고 돌멩이로 지지대를고이며동분서주했다. 시간이 지나며 다행히 비는 잦아드는 듯했다.비를 피해 텐트 안에 있던 나는, 상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텐트 안 공기가 답답해서 밖으로나왔다.
그리고 바위 위에 혼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그의 옆으로 갔다.
"오빠, 뭐 해?"라고 묻는 나에게
"보초 서고 있지, 걱정돼서 나왔구나!"
"응~"
"걱정하지 마, 다른 사람은 다 떠내려가도 수정이는 내가 구해 줄게"
"정말? ㅎㅎㅎ" 난 해맑게 웃었고, 물소리에 내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며사라졌다.
물이 불어나계곡물은 제법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갔다.비가 그쳐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물소리를 들으며 그와 함께 앉아 있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흘렀고, 나를 찾는 친구의 목소리가 정적이 깨며 다시 텐트로 돌아왔다.